‘외톨이 화가’를 위하여… 권칠 씨 5주기, 지인들이 추모전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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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칠의 ‘오색만다라’. 사진 제공 갤러리도올
권훈칠의 ‘오색만다라’. 사진 제공 갤러리도올
‘그 무엇을 그린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움이다.’

생전의 메모처럼 화가 권훈칠(1948∼2004)에게 그림은 그의 운명이었다. 재능과 열정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예술을 제대로 펼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병마로 세상을 등진 화가. 그의 5주기를 맞아 아내 김현주 씨를 비롯해 화가 김병종 김용식 이선원 씨, 김복기 심상용 이재언 씨 등 미술계 인사들이 문집을 펴내고 추모전 ‘민화와 만다라’를 준비했다(2∼14일 서울 삼청동 갤러리도올과 한벽원갤러리 02-739-1405).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1970년대 국전에서 국무총리상과 장관상을 잇달아 받고 추천작가로 활동하는 등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완벽주의자였던 성품 탓에 그림에만 몰두했을 뿐 세상과의 소통에 무심했다. 결국 사후에야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팔을 걷고 나서 2006년 선화랑, 2008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유작전이 열렸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가 남긴 400여 점 중 고갱이는 ‘만다라’와 ‘민화’ 시리즈. 사유와 사물, 추상과 재현에 대한 사유가 담긴 연작과 더불어 돋보기를 대고 그렸던 그의 수채화는 시원한 구성과 정교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낸다.

암세포가 퍼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 겨우 그림을 알 듯 한데 붓을 들 수 없다”고 탄식했던 화가. 남편에 대한 온당한 평가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아내는 출판기념식(2일 오후 6시 한벽원갤러리)의 초청장을 건네며 말했다.

“아휴, 주변 도움으로 추모전을 마련했지만 워낙 자기과시를 싫어한 사람이라 괜히 쓸데없는 짓 했다고 하늘에서 역정이나 내지 않을까 모르겠어요.”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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