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죽도록 괴로울때 ‘도적처럼’ 사랑이 왔다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두 생애/정찬 지음/288쪽·1만 원·문학과 지성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삶과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소년의 삶이 같을까.

표제작 ‘두 생애’에서 작가는 “고통 받았다는 점에서는 두 생이 같다”고 답한다. 교황은 저격을 당했고 건강 문제로 고통 받았다. 소년은 끊임없는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다. 교황과 소년을 괴롭힌 것은 폭력이다.

‘폭력의 형식’에서는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고아원에서 원장의 폭력에 시달리던 광호는 이모부의 도움으로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하며 희망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모부가 여동생 영희를 성폭행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희망은 산산조각난다. 진실을 안 뒤 고통을 이기지 못한 광호는 영희를 성폭행하고 이모부를 살해한다.

그러나 고통은 인간애와 연민을 낳기도 한다. ‘두 생애’의 화자 역시 어릴 때 어머니를 잃은, 소년과 유사한 고통을 체험했던 인물이다. 화자는 소년에게 ‘도적처럼 찾아온 사랑’을 느낀다. 화자는 교황과 소년의 삶을 통해 고통이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하는 순간을 체험한다. 두 편 외에도 1980년대 국가의 폭력으로 희생을 감내한 여인의 삶을 그린 ‘희생’ 등 모두 7편이 실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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