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13>子路問政한대 子曰, 先之勞之니라…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논어’ ‘子路(자로)’편의 첫 章(장)으로, 子路問政章이라 한다. 제자 子路가 정치의 要諦(요체)에 대해 묻자, 공자는 率先垂範(솔선수범)과 愛民(애민)의 두 원칙을 제시했다. 가르침을 더 청하자 공자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염증을 내어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先之는 백성이 해야 할 일을 몸소 앞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백성이 스스로 올바른 일을 행하게 된다는 뜻을 함축한다. 先之勞之는 ‘주역’의 兌卦(태괘) 彖傳(단전)에 나오는 ‘說以先民(열이선민), 民忘其勞(민망기로)’와 관계가 깊다. 그 뜻은 ‘기뻐함으로써 백성에게 솔선하면 백성들이 수고로움을 잊는다’이다. ‘논어’의 옛 주석은 정치가가 솔선한 뒤에 백성들을 勞役(노역)에 부리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정약용은 勞之를 ‘맹자’에 나오는 ‘勞來(노래)’, 즉 ‘백성들을 위로하여 오도록 한다’는 말로 보았다. 위정자가 백성을 어루만져 그들의 고생을 이야기하며 위로하는 德政(덕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請益은 스승의 한 말씀이 끝나면 다시 한 말씀을 청하는 예법이다. 대답이 부족하다고 의심해서 말씀을 더 청한 것이 아니다. 無倦은 게을리 말라는 뜻이다. 공자는 子張(자장)이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도 정치를 행할 때 충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지위에 있으면서 게을리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 ‘居之無倦(거지무권)’이 이 ‘無倦’과 통한다. 오늘날의 정치가는 지위에 있는 동안 업적을 이루려고 서두르는 병폐가 있다. 공자가 先之勞之(선지노지)하라고 했던 뜻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