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 “선문답, 알고 보면 재미있어요”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화두 해설서 펴낸 원철스님 “화려한 다비식 등 개선해야”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중국 당나라 송나라 때의 이 같은 선문답이 현대인에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대중이 선불교 공안(화두)에 담긴 정신을 좀 더 쉽게 이해했으면 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재경국장을 맡고 있는 원철 스님(50·사진)이 선사들의 화두를 재미있게 풀어 쓴 책 ‘할(喝)로 죽이고 방(棒)으로 살리고’를 최근 출간했다. 1986년 해인사에서 출가한 원철 스님은 해인사가 발행하는 월간 ‘해인’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실상사와 동국대 등에서 경전과 선어록을 강의해왔다. 일간지와 잡지에 많은 칼럼을 기고해 불교계에서는 ‘글쟁이’로 알려져 있다.

책 제목에 대해 스님은 이날 “할은 선사들의 고함을, 방은 몽둥이를 뜻하는데 불교의 화두가 바쁜 일상에서 작은 깨달음을 주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다. 스님은 “현대인들이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생활 속에서 불교의 화두를 잠시 떠올리는 것도 좋은 수행”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화두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교의 폐단을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스님은 “요즘 입적한 스님들의 다비식을 화려하게 치르는데, 중국 남종선(南宗禪)의 근본이 되는 선서 ‘육조단경(六祖壇經)’에는 울지도 말라는 지침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내걸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파는 것)이란 말을 인용해 “해동 땅의 사찰들이 순금을 판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잡화를 팔고 있다”며 불교의 정체성 상실을 비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불교가 오래가지 못한다”며 “불교의 사상과 교육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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