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섬세한 열정파 vs 강렬한 남성미… 뮤지컬 ‘돈 주앙’

입력 2009-07-23 03:16수정 2009-09-2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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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돈 주앙’에서 주인공 돈 주앙 역으로 활약하는 김다현 씨(왼쪽)와 강태을 씨. 김 씨는 섬세한 돈 주앙을, 강 씨는 강렬한 돈 주앙을 선보인다. 김인정 인턴기자 연세대 영문과 4학년
더블 캐스팅 김다현-강태을 씨 바람둥이 대결

스페인의 전설적인 호색한 돈 주앙은 몰리에르의 희곡부터 조니 뎁이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돈 주앙 드마르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까지 여러 장르로 변주돼 왔다. 프랑스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가 만든 뮤지컬에선 세기의 바람둥이보다 한없이 고독하고 자존심 강한 한 남자가 다가온다.

8월 2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돈 주앙’은 1막과 2막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술에 취해 세상을 조롱하고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는 오만한 귀족청년 돈 주앙이 진정한 사랑을 안 뒤 완전히 변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돈 주앙 역에 더블 캐스팅된 스물아홉 살 동갑내기 두 배우 강태을 김다현 씨를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났다.

곱상한 김다현 씨를 팬들은 ‘꽃다현’이라 부른다. 흰색 면 티셔츠에 베이지색 짧은 치노 팬츠, 흰색 로퍼를 신고 온 그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았다. 머리를 묶은 강태을 씨는 수염을 길렀다. 흰 셔츠의 단추를 4개 풀었고 청바지에 갈색 구두 차림이었다.

다른 스타일처럼 이들이 표현해내는 돈 주앙도 방점이 찍히는 지점이 다르다. 강 씨의 돈 주앙은 좀 놀아본 듯도 하고 빙글빙글 웃는 자신만만한 쾌활함이 살아있는 반면에 김 씨의 돈 주앙은 시니컬하게 웃고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조각가 마리아와 사랑에 빠졌을 때는 김 씨가 더 어울렸다. 강 씨는 1막, 김 씨는 2막에서 더욱 빛이 난다.

자리를 함께한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먼저 상대방의 장점을 물었다. “태을이는 스페인 분위기가 나요. 남성미가 물씬.”(김) “다현 씨는 집중력과 열정이 대단해요.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에서 배워요.”(강) 상대에게 없는 나만의 장점은? “음…. 섬세하다? 공연후기에 ‘섬세한 연기의 달인’이라고 써 있더라고요.”(김) “섹시함과 강렬함이라고 댓글에….”(강)

이들은 9일 개막하기 전 3주간 연습과 더불어 작품과 인물을 분석했다. 김 씨는 “지금 이 순간 한국 관객들에게 돈 주앙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삶을 꿈꿨던 돈 주앙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사랑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변해요. 한 사람의 변화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변해가니까요.”

강 씨는 “돈 주앙은 사랑을 몰랐다기보다 진정한 사랑을 갈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외로운 남자였죠. 쓸쓸히 죽음을 맞은 뒤에야 비로소 주변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으니까요. 화려한 겉모습보다 그의 내면을 봤으면 합니다.”

이 뮤지컬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어간다. 모두 41곡 중 돈 주앙이 부르는 노래가 18곡이다. 나긋나긋한 샹송 같은 부드럽고 감성적인 멜로디와 정열적인 스페인의 플라멩코 리듬이 촘촘히 교차한다. 통나무 바닥을 탕탕 구르는 발소리도 극장에 가득 찬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도 결이 다르다. 강 씨는 플라멩코 댄서와 춤추며 부르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을 비롯해 ‘쾌락’ ‘질투’같이 강렬한 노래를 꼽았다. 반면에 김 씨는 사랑에 빠진 뒤 부르는 ‘난 새로워졌지’와 ‘사랑으로 나는 죽네’를 골랐다.

록그룹 ‘야다’ 보컬 출신인 김 씨는 가수를 그만두고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뮤지션, ‘프로듀서스’에서 프로듀서를 꿈꾸는 회계사, ‘라디오 스타’에서 한물간 록 가수 역할을 맡았다. 돈 주앙 같은 ‘나쁜 남자’ 역할은 처음이다. 강 씨는 대학 졸업 뒤 일본으로 건너가 극단 ‘시키(四季)’에 5년간 몸담았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사자왕 무파사, ‘캣츠’의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 등 남성적 매력이 두드러지는 역을 맡아왔다.

“같은 시간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함께하는 순간, 무대에 시선을 집중한 관객. 공연이 끝나고 분장을 지우면 마음이 찡해져요. ‘이러니까 (뮤지컬을) 하는 거지’ 하고요.”(김)

“이 작품을 하면서 진짜 뮤지컬 배우가 됐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습니다. 24시간 중 10시간쯤을 돈 주앙으로 살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다들 느끼하다고 해요.(웃음) 배우가 겪은 일상의 여러 자극이 매일 다르게 배어나오는 게 뮤지컬의 매력이죠.”(강)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조범철 인턴기자 고려대 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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