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조혼 타파” 세상을 바꾼 열 살 이혼녀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47분


◇나 누주드, 열 살 이혼녀/누주드 알리, 델핀 미누이 지음·문은실 옮김/204쪽·9800원·바다출판사

“이제 아이 같은 어리광은 오늘로 끝이야. 여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지!”

앞니 두 개가 빠진 늙은 시어머니는 결혼식을 갓 올린 열 살배기 며느리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서른 살의 아들은 15만 리알(약 100만여 원)을 처가에 주고 초등학교 2학년짜리 소녀 누주드를 데려와 아내로 삼았다. 첫날밤부터 스무 살 연상의 남편은 열 살 소녀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했고, 반항하면 몽둥이찜질이 뒤따랐다. 악몽 같은 결혼 생활 두 달여 만에 간신히 친정나들이를 허락받은 누주드는 현실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지만 친정 식구들도 샤리프(명예)를 들먹이며 말린다. 열 살의 유부녀는 홀로 버스를 타고 수도 사나의 법원을 찾아가 이혼을 청구한다.

이 책은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어린 이혼녀’라고 불리며 국제 뉴스의 초점이 됐던 예멘 소녀의 자서전이다. 누주드의 구술을 프랑스 저널리스트가 정리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한 비인간적 조혼(早婚)의 희생자인 소녀가 여성 인권변호사의 도움으로 지난해 4월 25일 정식 이혼 판결을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그렸다. 열 살의 이혼녀 누주드 사건은 조혼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이어져 예멘 의회는 올해 3월 만 17세 미만 소녀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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