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채팅 아니라 화상과외 합니다”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성균관대, 다문화가정 자녀에 온라인 멘터링

“세현이 목요일에 숙제 낸 거 했어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이 학교 교육학과 2학년 윤수연 씨(21)가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는 전남 고흥군 남양초등학교 5학년인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 홍세현 양(11). 이들은 성균관대 사범대에서 1일부터 시행한 ‘다문화가정 자녀 화상멘터링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은 멘터(교사)와 멘티(학생)다.

화상멘터링은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인터넷 메신저 화상대화를 통해 서울의 재학생과 지방의 다문화가정 초중학생 자녀들을 연결해 상담과 학업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사범대 학생 28명과 전남 고흥, 경남 마산, 충북 청주, 경북 포항, 경기 용인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선발된 다문화가정 아이 25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주 2회 4시간 이상씩 일대일 화상멘터링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이 프로그램은 비교적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울 지역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달리 질 좋은 교육과 지원을 받기 어려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적, 교육적 불평등을 해소해 다문화가정 아이들 모두가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성균관대는 이를 위해 멘터링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교사 학생들이 매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 대신 화상대화에 필요한 기자재는 물론이고 교육 도중 발생하는 교재비 등 전액을 무상 지원한다.

미래에 교사를 꿈꾸고 있다는 윤 씨는 “갈수록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교사가 되기 전에 이들을 미리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외는 처음이라 첫날 컴퓨터 화면으로 보이는 학생과 나의 모습이 어색했지만 세현이가 워낙 말을 잘 듣고 열심히 따라줘서 어느덧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처럼 편하다”고 말했다.

세현이는 “학교에서 배우고 온 것을 엄마에게 물어보면 모르실 때가 많았는데 이제 언제든 선생님께 물어볼 수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멘터로 참가한 학생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 교육학과 3학년 이승연 씨(22)는 “서로 채팅하듯 이야기도 많이 하다 보니 어느덧 평소에도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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