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묻힌 작가 이미륵 묘지 임대료 낼 사람 없어”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기념사업회 모금 운동

‘이미륵을 임차 묘지 처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의 작가 이미륵(1899∼1950·사진). 스무 살 경성의대생 시절 독립운동에 참가했다가 일제의 추적을 피해 중국 상하이를 거쳐 독일로 간 근대 지식인. 그는 독일 뮌헨 근교의 그레펠핑 시 공동묘지에 잠들었다.

하지만 59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의 안식처는 ‘임차’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신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지낸 정규화 이미륵기념사업회장(73)은 3일 “지금까지 이미륵 묘지 사용료를 몇 년마다 개인과 한국 정부가 내왔지만 올해 8월 이후에는 사용료를 낼 주체가 없다. 마침 그레펠핑 시가 2만5000유로(약 4400만 원)를 한꺼번에 내면 묘지를 영구히 쓰게 해주겠다고 한다”며 “한국에서 모금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75년까지는 이미륵에게 거처를 마련해준 알프레트 자일러 뮌헨대 교수 가족이, 1995년까지는 독일 유학 시절 이미륵의 사연을 전해들은 정 회장이 묘지 사용료를 그레펠핑 시에 내온 것. 묘지는 1995년 같은 공동묘지 내에서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이장됐고 이때부터 14년간의 묘지 사용료는 한국 정부가 냈다.

그레펠핑 시에서 이미륵 묘지를 관리하고 있는 독일 교민 송준근 씨(68)는 “한독수교 125주년을 맞아 SBS와 독일 방송사 BR가 공동 제작한 영화 ‘압록강은 흐른다’(4일 개봉)의 수익금 중 25%를 영구 사용료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8월 이후 누군가 일정 기간씩 사용료를 찔끔찔끔 내야 하는 일이 반복되겠지만 언제 끊길지 모를 일”이라며 “독립운동에도 참여한 이미륵의 묘지를 지키는 일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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