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다시한번]그대는 진정 친구를 아는가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친구/쟈핑와 지음·김윤진 옮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번역가 김윤진 씨를 통해서였다. 국내에 위화, 모옌 등 중국 작가 중 일부만이 알려진 현실이 안타깝다며 그들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면서 쟈핑와를 소개해줬다. 알고 보니 그는 프랑스 페미나 문학상, 미국 페가수스 문학상을 받은 국제적인 작가였다.

힘찬 붓글씨로 ‘朋友(붕우)’라는 제목이 쓰인 묵직한 중국어 원서를 접하는 순간 단단한 무게감을 느꼈다. 이 책은 사람과 인연에 관한 에세이여서 중국 문학을 다른 각도에서 국내에 알리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다.

쟈핑와는 책에서 “친구는 다다익선이다. 고독한 영혼은 허공을 배회한다.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 살구나무 꽃잎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술을 찍어 탁자에 시를 써내려가는 친구,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다간 미치광이가 될지 모른다고 충고하자 “미치는 것도 우주와 자연, 인생을 체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그때만큼은 멀쩡하게 답하는 친구, 꽃을 꺾어 나눠주자 꽃이 아파서 받기 싫다고 답하는 친구의 세 살배기 아들 등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모두 깊은 울림을 담고 있다.

낯선 중국 작가라 하더라도 내용이 좋으면 얼마든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초판 1쇄를 조금 웃도는 판매에 그치고 말았다. 논픽션 시장이 점점 더 세분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가 정확히 어떤 책인지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부족해 어정쩡한 모양새의 에세이가 되어버리고 만 것 같다.

책을 산 그날 잠도 안 자고 내리 읽었다는 e메일을 편집부로 보내온 독자의 반응을 접했을 땐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반성을 하기도 했다. “인생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부단히 친구를 찾아다니는 과정이다”라는 쟈핑와의 말을 조금 바꿔 이 책이 시작은 미미했지만 부단히 독자들을 만나 길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희 도서출판 이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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