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생명의 근원” “군더더기는 가라”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조각가 김청정-김인겸 전시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흘러가는 현대미술. 그 속에서 모처럼 풍성한 울림을 담은 전시를 만났다.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 신관에서 열리는 김청정 씨(68)의 ‘내면의 빛’전과 6월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표 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인겸 씨(64)의 ‘Space-less’전. 홍익대 조소과 출신으로 오랜 시간 조각의 본질을 고민해온 두 작가의 깊은 내공을 확인하는 자리다.

○ 내면의 빛, 그리고 치유-김청정전

빛이 일렁인다. 벽에도, 천장에도. 빨강 파랑 초록 등 색색의 빛살이 몸을 뒤섞고 서로에게 스며들면서 환영의 이미지를 신비롭게 그려낸다. 무거움과 가벼움, 빛과 어둠이 어우러진 공간은 서정적 울림을 뿜어낸다. 태초의 빛과 마주한 듯 마음마저 고요해진다.

추상조각의 대표작가로 부산에서 주로 활동해온 김청정 씨의 15번째 개인전. 보이는 세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에 대한 관심을 발표하는 자리다. 돌과 철판, 투명 아크릴을 활용한 입체작품에 빛을 접목한 ‘빛샘’ 등 발광다이오드(LED) 설치작업을 내놓았다. 그는 1960년대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회원으로 활동한 이래 자연석 시리즈 등 다양한 변주를 거치며 실상과 허상, 생성과 소멸, 찰나와 영원 등 세계의 이원성을 탐색해왔다. 새삼 빛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빛은 밝음이며 생명의 근원이다. 겉의 현상이 세계 실상의 전부는 아니다. 내면의 빛은 순결한 생명의 숨결이다. 눈부신 빛살 울림이다.”

빛은 바로 근원에 대한 탐구, 본질로의 회귀란 그의 화두를 드러내는 통로인 셈이다. 02-739-4937

○ 공간의 사유-김인겸전

군더더기는 없다. 벽에 매달거나 바닥에 놓인 무채색 조각들은 담백하고 담담한 표정이다. 원통이나 직육면체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듯 단순한 형태인데 공간을 주도하며 동양적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한다.

김인겸 씨 개인전의 키워드는 ‘공간’.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 놓인 미니멀한 근작을 ‘Image sculpture’라고 명명한 작가는 물리적 공간과 관념 속 공간이 합일된 공간을 보여주고자 시도한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 한국 대표작가로 초대받은 그는 독자적 공간해석이 담긴 작업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듬해 프랑스 퐁피두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건너간 뒤 해외에서 활동하며 한국 현대조각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번 전시는 2004년 귀국한 그가 10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02-543-733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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