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부르기보다 내 얘기 하고 싶어요”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2집음반 ‘지은’ 낸 오지은 인터뷰

“음악을 한다는 건 운명 같은 건가 봐요. 한때 관둘까 생각도 해봤지만 삶의 낙이 없더라고요. 다시 노랠 부르니 시들시들 아프던 몸도 나았어요. 앨범명이 이름인 것도 있는 그대로 음악을 하겠단 뜻이죠. 이렇게 말하니 너무 청승맞아 보이나, 헤헤.”

오지은(사진)은 묘한 가수다. 홍익대 앞 클럽가에서 활동하는 미모의 여가수 중 하나로 꼽히지만 딱히 예쁜 척을 안 한다. 오히려 ‘홍대 마녀’라는 최근 별명을 반가워하면서 “그럼 좀 더 말을 거칠게 해야 하나”라며 고민한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에 재학 중이고, 일본 만화 ‘커피 한 잔 더’ ‘토성 맨션’을 번역한 경력을 언급하니 “그건 안 쓰면 안 되나…”라고 혼잣말한다. 그를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2007년 1집에 이어 2집도 음반 제목이 ‘지은’이다.

“여전히 ‘내 얘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으로 전할 메시지는 다양하다. 사회 문제나 국제적 이슈를 다룰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내 목소리나 마음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에 공명한다. 20대 후반 여성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듣는 이들도 훨씬 공감할 것 같다. 3집 제목? 글쎄, 그건 아직 모르겠다. 미래를 누가 알겠나.”

―어쿠스틱 느낌의 1집에 비해 2집은 밴드 사운드가 강렬하다.

“처음보다 금전적 여유가 늘었다, 히히. 1집은 흑백사진이라면 2집은 컬러사진이라고 할까. 하지만 어느 게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그때의 감정에 맞춰 사운드도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런 모던 록 사운드를 구축하기를 원했고, 이제야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목소리가 거칠고 꾸밈이 없다. 흔히 떠올리는 20대 여가수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다.

“칭찬이냐? (반반이라고 하자) 기분 나쁘진 않다. 솔직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예쁘게 부르려고 해도 잘 안 된다, 하하. 이렇게 목소리가 타고난 걸 어쩌겠나. 그래도 요즘엔 독특하다, 색다르다 좋아해주는 팬들이 늘어서 다행이다.”

―2집이 발매 1주일 만에 초판(3000장)이 다 나갔다.

“허걱, 고마울 따름이다. 1집이 2년 동안 5000여 장 나갔는데. 그것도 무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박이었다. 많이 들어주는 건 감사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그만큼 평가도 늘고 영향을 받게 될 테니. 아직은 그런 데 휘둘리지 않고 살고 싶다. 너무 빨리 세상을 아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우리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드는 힘을 갖는 게 우선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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