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관하여 20선]<4>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볼프강 한텔-크비트만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파트너를 찾아놓고도 내심 계속 진짜 짝을 찾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파트너를 찾았지만 행복하지 못한 채 그 사람과 계속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얼마 동안 함께하다가 이유도 모른 채 헤어지는 사람도 있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난 다음 그 사람과 결혼한 걸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이 모두가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파트너 선택은 비합리적이고, 무의식적이며, 역동적이고, 감정적인, 한마디로 심리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빈곳을 채우려 파트너 고른다면…

인간이 짝을 찾는 목적은 결국 진정성이 있는 유일한 사랑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믿음이다. 독일 함부르크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짝을 찾는 인간의 심리를 상담 경험을 토대로 풀어낸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만난 지 불과 몇 주밖에 안 됐으면서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 친숙함을 느끼는 이유는 현재의 사랑이 옛 사랑을 불러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경우 방금 사용한 정보를 임시로 저장하는 캐시메모리와 지금껏 사용한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가 있듯 뇌도 마찬가지. 인간의 뇌는 일상생활에서 캐시메모리 정보만으로 작업하는데 현실의 특정한 사건이 ‘무의식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과거의 정보를 활성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볼 때 위대한 진짜 사랑이란 심리학적으로 과거 애정관계에서 누군가가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이해해 준 감정이 새 파트너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감정의 전이는 사랑의 출발 조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위기와 성숙의 사이클이 존재한다. 과거의 묵은 감정은 때론 풀리지 않은 갈등, 해결하지 못한 위기,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두려움을 함께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 남편은 옛날 어머니에게 느꼈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를 아내에게 퍼붓기도 한다.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서 아버지를 떠올린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 저자는 이런 혼란을 겪는 커플에게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잘해주지 않거나 상처를 주는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성장과정에서 스스로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인식하는 심각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경우 자신에게 애정을 쏟는 상대를 만나면 진심이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의붓아버지에게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친밀감을 요구하는 남자친구를 견디지 못했고, 아들의 인생을 하나하나 통제하던 어머니 손에서 자란 남성은 무심한 듯한 여성에게 끌렸다.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일단 파트너가 될지라도 서로 간의 ‘거리’를 극복하고 친밀한 감정을 키워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저자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파트너의 사랑이 한때 구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파트너와 함께 있어야만 완결성을 느낀다면 그가 자리를 비우거나 떠나려고 할 경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종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 빈 곳을 채우는 대립의 매력에 기초한 파트너 관계는 늘 일종의 교환거래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저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통해 대립적인 매력에 끌리는 커플을 설명하고 괴테의 심리소설 ‘친화력’을 예로 들어 새로운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는 심리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책에 등장시킨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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