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꿈 좇아 모험 떠나는 ‘북유럽의 파우스트’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입센 원작 연극 ‘페르 귄트’

내달 9~16일 LG아트센터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연극 ‘페르 귄트’는 ‘북유럽의 파우스트’로 불린다. 그만큼 괴테의 파우스트를 닮아서다.

우선 페르 귄트는 파우스트처럼 자아실현을 위해 숱한 모험에 나선다.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얻은 젊음이 무기이고, 페르 귄트는 타고난 허풍과 배짱을 모험의 돛대로 앞세운다.

파우스트에게 첫 욕정의 희생물이자 구원의 여성 그레트헨이 있다면 페르 귄트에겐 같은 노르웨이 출신 작곡가 그리그가 작곡한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솔베이지가 있다. 솔베이지는 페르 귄트가 버리고 떠난 첫사랑이자 50여 년 뒤 온갖 모험을 마치고 초라하게 귀향한 그를 품에 안고 그 최후를 지켜보는 여인이다.

마지막으로 입센의 페르 귄트도 파우스트처럼 실제 공연보다 문학적 운문을 위한 레제드라마로 쓰였다. 무려 5막 38장에 이르는 전작을 무대로 옮길 경우 7, 8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을 연극으로 접할 기회는 드물다.

2000년부터 6편의 국내 연극을 직접 제작해온 LG아트센터가 7번째 연극으로 이 페르 귄트를 선보인다. ‘한여름밤의 꿈’으로 2006년 폴란드 그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양정웅 씨가 이끄는 극단 여행자의 작품이다. 양 씨는 “페르 귄트는 어린 시절부터 내 ‘로망’이었기에 언젠가 꼭 무대화하고 싶었다”며 “모험과 여행을 다룬 작품이란 점에서 극단 여행자엔 운명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본연습에서는 7시간 넘는 분량을 모두 소화했지만 이번 공연은 3시간 분량으로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언젠가 전작 공연에 도전하겠다며.

북유럽의 전설적 존재인 트롤의 왕국과 이집트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넘나드는 무수한 공간이동을 10m²의 흙을 깐 무대에서 구현했다. 상상이 곧 현실로 바뀌는 어린이들의 놀이터를 무대화한 것이다. 또 10m²의 거울을 객석 맞은편에 설치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 세상을 떠돈 페르 귄트의 주제의식을 형상화했다. 음악을 맡은 어어부프로젝트의 멤버인 장영규 씨는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의 멜로디를 잘라낸 뒤 새롭게 붙여 만들어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5월 9∼16일 LG아트센터. 4만 원. 02-2005-0114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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