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자화상’ 오치균 초기 인물화展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1분


“고단한 유학시절 형상화”

고뇌에 찬 절규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어두운 색조의 화면 속에 맨몸의 남자가 웅크리거나 불편한 자세로 누워있다.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인생의 가장 험난한 고비를 건너는 인간의 절박함이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

16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02-2287-3500)에서 열리는 오치균 씨(53)의 ‘소외된 인간’전. 사북과 산타페 등을 그린 풍경화로 미술시장의 스타작가로 떠오른 그의 초기 인물화를 공개하는 자리다. 1980년대 말 뉴욕 유학시절의 ‘인체’ 시리즈(사진)와 90년대 초 가족을 그린 작품 등 40여 점이 전시된다.

“누드화이면서 내 자화상이다.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학해 모은 유학 자금을 아는 사람에게 속아 다 날렸다. 낯선 땅에서 말은 안 통하고 등록금을 걱정하는 힘든 나날을 보내며 나에 대한 관심을 그림으로 옮기게 됐다.”

변변한 가구도 없는 썰렁한 아파트. 그는 가혹한 운명에 정면 대항하듯 자신의 고통을 캔버스에 기록했다. 모노드라마를 하듯 처절한 심정으로 자세를 취하면 아내가 사진을 찍고 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고통의 담금질을 거쳤던 순간의 일기장 같은 작품들이 그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듯이 사는 게 버거운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는 듯하다.

지난해 부정맥으로 쓰러진 뒤 평생 처음 작업을 쉬고 있다는 화가. 다시 돌아봐도 눈물이 쏟아진다는 시절을 거쳐 작품 가격이 억대를 넘는 블루칩 작가가 됐다.

“기분은 좋았으나 현실감은 못 느꼈다. 요즘 가격이 내리니까 정신이 돌아온 것 같고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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