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만우절 장난에 국내 언론 또 속아

  • 입력 2009년 4월 3일 10시 45분


올해도 만우절을 맞아 국내 유력 통신사와 일간지들이 외신의 ‘만우절 장난 기사’에 당했다.

1일 러시아의 영자지인 모스크바 타임스는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전용차 대결’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 ‘질 리무진(별명 하마)’이 방탄 능력이나 내부 시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 원(별명 야수)’을 월등히 압도한다는 것인데 그 내용이 SF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킬 정도로 황당했다.

구체적으로 △베게모트의 지붕은 12cm 두께의 티타늄 재질로 T-72 탱크와 충돌해도 끄떡없으며 △ 창문은 로켓포 공격을 견딜 수 있고 △바퀴는 유사시 자동으로 궤도차로 바뀌며 △이 차는 설계자들이 직접 탑승한 상태에서 외부에서 로켓포 공격을 가해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것. △게다가 이 차는 러시아 3개 자동차 회사가 합작해 만든 6000만 달러짜리로 45만~65만 달러로 추정되는 미 대통령 전용차와는 가격 면에서 비교도 안 된다는 것. △또한 무게는 16t에 달하며 샤워 시설과 6대의 전화기가 놓인 책상이 설치돼 있고 소규모 핵 공격에도 견디도록 설계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모스크바 타임스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든 거짓 기사였다. 일부 일간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삭제하고 해명 기사를 내 보냈지만, 다른 언론사들은 3일에도 여전히 인터넷과 통신 등에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외신의 만우절 장난 기사에 속은 것은 이 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모스크바 타임스에 ‘낚인(속은)’ 한 일간지는 지난해에도 영국 가디언의 장난 기사에도 속아 넘어 갔었다.

이 신문은 지난해 만우절 “브루니, 영국인 좀 세련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모델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선다는 가디언 인터넷판을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신문은 다음날 사과문을 실었다.

가디언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기발한 만우절 거짓말로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웹 사이트에 ‘188년의 잉크 시대’를 마감하고 신문 등 모든 인쇄물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는 ‘트위터(Twitter)’를 통해 독점 서비스할 것이라는 보도했는데 결국 거짓이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통신사 AFP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운항을 재개한다는 파리 항공우주박물관의 거짓 발표를 믿고 보도했다가 몇 시간 뒤 취소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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