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가 그렇게 쉽다면 그거야말로 판타지”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창비청소년문학상’ 구병모씨

“아이들에 억지 화합 종용 안돼”

마법사가 소원을 이뤄주는 빵을 굽는 베이커리. 낮에는 심부름꾼으로 일하고 밤이면 파랑새로 변하는 소녀. 새 엄마에게 누명을 쓰고 도망치다 이상한 빵집으로 온 주인공.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공존하는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창비)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구병모 작가(33·사진)는 자신의 작품을 ‘착하지 않은 청소년 소설’로 요약했다.

그는 3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청소년 소설들은 아이들에게 ‘어른들도 알고 보면 약한 인간들이니 이해해 달라’는 교육적 화해를 종용한 면이 있었다”며 “제 소설에 판타지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쉬운 화해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면 그거야말로 판타지”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화해나 용서, 가족 간의 화합 같은 결말은 없다. 주인공은 마법사와 파랑새 소녀가 일하는 빵집에서 함께 지내며 제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으로 마법을 찾는 사람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이곳에서 지내며 쌓은 우정이나 연대감은 가족 공동체의 회복과는 무관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주인공을 기다리는 건 또 다른 반전과 파국의 위기이기 때문.

그는 “앞으로도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동행하는 소설, 이 세계도 저 세계도 아닌 경계에서 작품을 써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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