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최인호 씨 연작소설서 金추기경 추모의 글

“최고의 성직자가 아니라 이름 없는 수도자, 아니 한갓 평범한 평신도로 살고 싶어 하셨던 그 모순된 영적 갈등과 시대적 아픔…그 고통 속에서 피어난 추기경의 천진한 미소들이 떠올라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소설가 최인호 씨(사진)가 10일 발행될 월간 ‘샘터’ 4월호의 연작소설 ‘가족’ 제396회 ‘천상의 점심식사’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처음으로 추모 글을 썼다.

지난해 암 투병을 했던 최 씨는 “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는 추기경님이 같은 병동에 입원해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불면의 밤이면 그분께서도 불면의 고통으로 뒤척이고 계시다는 생각에 얼마나 용기를 얻었던지”라고 회상했다.

최 씨는 2003년 동아일보 새해특집 대담 당시 추기경이 던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란 화두를 떠올리며 “추기경님이 살아계셨을 때는 이 시대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의 심안을 열리게 한다”고 말했다.

어느 모임에서 “왜, 함께 식사를 하지 그래”라던 추기경의 권유에도 바쁘다며 자리를 떴던 것이 ‘지상의 마지막 대화’가 됐다는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썼다.

“요즘 나는 내 서재 앞 벽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초상을 내걸고 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언젠가 천상의 식탁에서 그분과 함께 지상에서 미뤘던 점심식사를 하게 될 것을 나는 믿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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