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프로파일러가 파헤친 살인마 현장보고서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인간이라는 야수/토마스 뮐러 지음·김태희 옮김/287쪽·1만 3800원·황소자리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용어가 프로파일러(profiler)다. 범죄심리학을 바탕으로 범죄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남긴 행동 유형을 분석해 용의자의 특징을 찾아내고, 신문(訊問)에도 참여하는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세계적 프로파일러인 저자가 1982년 경찰에 입문해 프로파일러로 성장한 뒤 2003년 10월 함부르크의 형무소에서 살인범 루츠 라인슈트롬을 만났을 때까지의 경험담을 담았다.

저자는 연쇄살인범이 ‘카인의 징표’를 새기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한다. 집에서 여성 2명을 염산통에 담가 살해한 라인슈트롬은 잘생긴 외모에 절제되고 위엄 있는 태도에 신중하면서도 사려 깊은 단어를 사용했다. 미국 밀워키에서 17명의 젊은 남성을 살해하고 집에 시체를 숨긴 범인은 이웃에서 친절하다는 평판을 들어왔다.

연쇄살인범들은 위장술과 예지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1990년대 초 오스트리아와 프라하, 로스앤젤레스에서 11명의 성매매 여성을 살해한 야크 운터베거는 1970년대 한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모범수라는 평가를 받아 10여 년 만에 석방될 정도였다. 편지 폭탄을 발송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며 오스트리아를 공포에 몰아넣은 프란츠 푹스는 ‘바이에른 해방군’이라는 가명으로 편지를 보내 경찰을 혼란에 빠뜨렸다.

저자는 인간이 ‘끔찍한 야수’가 되는 데는 소통의 부재가 있었다고 말한다. 흉악범의 경우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대화상대가 없어 스트레스 해소 통로를 찾지 못하다가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판타지를 꿈꾸고 실현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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