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여백]외식업체 아모제 신희호 사장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레스토랑 사장답게 당연히 요리가 취미겠지?’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와 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토토마토’ 등을 운영하는 국내 외식전문기업 아모제 신희호 사장(51)을 만나기 전까지 기자가 가졌던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12일 오후 ‘내 삶의 여백’ 취재차 만난 신 사장은 기자의 예상과 달리 밤낮으로 사뭇 다른 ‘이중’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는 벌써 2년 넘게 낮에는 붓글씨와 사진을, 퇴근 후 저녁부터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중.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모제 빌딩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도 그 ‘이중성’이 느껴졌다.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그가 직접 썼다는 붓글씨 현판이 놓여 있다. 지난해 12월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전시했던 그의 대표 작품이다.》

낮엔 서예-사진, 밤엔 인라인

“일은 않고 노는줄 알겠네요”

‘청산원부동 백운자거래(靑山元不動 白雲自去來)’. 강한 느낌의 필체로 쓰인 이 시구는 ‘푸른 산은 원래 움직이지 않는 법이나 흰 구름이 절로 모여 든다’는 뜻으로 그가 평상시 외우고 다닐 정도로 좋아하는 문구란다.

맞은편에는 또 다른 모습의 그를 보여주는 듯한 몇 가지 상징물이 더 있었다. 벌써 10개나 모인 마라톤 참가 기념패와 여러 벌의 운동복이다.

“남들이 들으면 일은 안하고 취미 생활만 하는 줄 알겠어요. (웃음)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제’ 삶은 살아야죠.”

○ 낮에는 정적(靜的)으로…서예와 사진

2007년 3월 우리 나이로 쉰 살이 된 그는 ‘반 백년’을 산 기념으로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소박한 욕심이 생겼다.

최대한 시간을 덜 뺏기면서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다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서예.

“우연히 예술의 전당에서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붓글씨 강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길로 바로 가서 수강 신청을 했죠.”

처음에는 수업 강사인 소헌(紹軒) 정도준 선생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라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정 선생은 경복궁 흥례문 등의 현판과 청계천 광장 복원사를 써서 유명한 서예가.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에서 12번째 해외 초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그날부터 2년 가까이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에 거의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어렸을 적엔 ‘그림을 발로 그렸나’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미술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종이 한 폭에 폭발적인 집중력을 쏟아 붓는 서예에는 푹 빠져버린 것.

“예술의 전당이란 수업 공간도 정말 좋아요. 뒤편에 있는 산 때문에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수업 전 혼자 앉아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제겐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죠.”

요즘은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행여나 필체를 잊을까 신 사장은 요즘도 주말이면 오전 시간 내내 붓글씨 연습에 ‘올인’한다. 한 번 서재에 들어가면 도통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아내가 섭섭해 할 정도다.

그가 낮 동안 즐기는 또 다른 취미는 ‘사진 찍기’. 삼성경제연구소(SERI) 경영자 모임인 ‘SERI CEO’ 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조세현 사진작가의 강의에 참석하고 나서부터 시작한 취미 생활이다.

그는 당시 강의 참가자들과 함께 오프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사진 촬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와, 백정호 동성화학 회장, 이용경 국회의원, 서울고등법원 이재홍 부장판사 등이 이 동호회의 열혈 회원들이다.

바쁘기로는 남부럽지 않은 이들이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 찍은 사진들에 대해 품평회를 연다. 주말이나 휴가 때는 조세현 작가와 함께 가까이는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부터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직접 출사(出寫)를 나가기도 한다.

신 사장이 주로 애용하는 카메라는 ‘캐논 50D’. 일상 곳곳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인상 깊은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가족들도 사진 찍는 취미는 반겨요. 특히 요즘 인터넷에서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인기라 그런지 두 딸도 아빠가 찍어주는 얼굴 사진은 좋아하는 눈치예요.”

○ 밤에는 동적(動的)으로…인라인 스케이트 마니아

낮에 점잖은 ‘사장님’ 이미지를 풍기던 그는 해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열혈 청년’으로 돌변한다.

2004년 당시 초등학생이던 둘째 딸을 따라 인라인스케이트 세계에 입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딸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간다기에 같이 놀아줄 겸 몇 번 따라나섰죠. 딸아이를 따라 저도 한 번 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딸보다도 아빠가 인라인스케이트에 더 빠졌다. 난생 처음 해 보는 운동이라 넘어지기도 많이 넘어졌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했다. 연습 중 다른 스케이터들을 만나면 초면이라도 즉석 강의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의 인라인스케이트 사랑은 두 딸과 아내가 단기 해외어학연수를 떠나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됐던 2004년 여름 더욱 커졌다.

평소 밤새 일하던 그가 오후 6시면 ‘칼퇴근’을 했고 즐기던 술도 끊은 채 인라인스케이트를 탔다. 매일 저녁 3시간 가까이 달리고 또 달렸다.

“제가 원래 85kg 이하로 몸무게가 내려간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몸무게를 재보니 77kg이더라고요. 인라인스케이트 운동량은 생각지도 못한 채 큰 병이 생긴 줄 알고 놀라 건강진단까지 받았었죠.”

최근에는 운동량이 많이 줄었지만 날이 풀리는 대로 조만간 다시 스케이트를 신을 예정이다. 2kg가량 다시 불은 체중도 다시 뺄 생각이다.

“탄천변을 따라 쌩쌩 달리다 보면 이런저런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바람에 실려 다 날려 보내는 느낌이에요. 조만간 뒤나 옆으로도 쌩쌩 잘 달릴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해 보려고요.(웃음)”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신희호 사장은

호텔 경영 노하우 살려 외식업체 탄탄한 운영

‘마르쉐’와 ‘오므토토마토’ ‘카페 아모제’ 등을 운영하는 국내 외식전문업체 아모제의 대표이사 사장.

1981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1년간 근무한 뒤 1988년부터는 친형 신철호 임피리얼팰리스호텔 회장과 함께 호텔 아미가(현재 임피리얼팰리스호텔)를 설립해 1999년까지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호텔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위스 뫼벤픽 사로부터 레스토랑 운영 시스템을 전수받아 1996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르쉐 1호점을 오픈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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