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9년 ‘아톰’ 작가 데즈카 사망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애니메이션의 神떠나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용감히 싸워라!

언제나 즐겁게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우주소년 아∼톰!

40대 이후 중년층 거의 대부분이 흥얼거릴 수 있는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이다. 아톰을 제작한 데즈카 오사무(1928∼1989)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神)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아톰의 원작은 데즈카가 1952년부터 16년간 일본 쇼넨(少年)지에 연재한 SF만화 ‘철완 아톰’이다. 후에 흑백TV와 컬러TV용 만화영화로 제작됐고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다.

아톰은 7가지 능력을 가졌다. ①제트 분사로 하늘을 낢 ②60개 언어 구사 ③사람의 선악을 파악할 수 있음 ④청력이 1000배까지 향상 가능 ⑤눈에서 빛을 내 사물을 비출 수 있음 ⑥엉덩이에서 기관총이 나옴 ⑦10만 마력의 힘.

데즈카가 이런 능력을 지닌 아톰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과학과 인간의 소통 문제였다.

“나는 자연과 인간성을 외면한 채 오직 진보만을 추구하며 질주하는 과학 기술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균열과 왜곡을 가져오고 얼마나 많은 차별을 낳는지, 또 인간과 모든 생명에게 얼마나 엄청난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싶었다.”

아톰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학교에 다니는 장면이 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버리고 운동실력도 월등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

데즈카는 그 소외감과 슬픔을, 아톰이 혼자 빌딩 꼭대기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데즈카는 “과학과 개발의 폭주를 경계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인 아톰이 도리어 과학의 총아로 떠받들어지는 상황이 슬프다”고 말했다.

왜소한 체격에 나쁜 시력, 한없이 약하기만 했던 소년 데즈카를 만화의 거장으로 만든 것은 어머니의 힘이었다. 데즈카는 자신의 저서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에서 “수업시간에 만화를 그리다 걸린 나에게 꾸중 대신 격려를 해준 선생님,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믿음을 준 어머니가 계셨기에 청소년기 방황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일본 오사카대 의학전문부를 졸업한 데즈카는 의사가 되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만화작가가 돼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로 추앙받다 1989년 2월 9일 위암으로 사망했다.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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