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자유로움은 곧 너그러움… 홍신자 무용극 ‘순례자’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순례’에서 ‘순례자’로 변신한 홍신자 씨의 무용극은 구원과 해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6∼8일 홍씨가 이끄는 웃는돌 무용단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새로 선보인 ‘순례자’(사진)는 더 신비로워졌고 대중적 흡입력도 탄탄해졌다. 그 중심에는 시각효과가 숨어있다.

우선 대형 대나무 장대를 양팔에 짊어지고 죽마에 올라 탄 채 정제된 군무를 펼치는 무용수가 7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하체의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동작을 펼치는 개별 무용수가 땅에 박힌 십자가나 한국 전통의 솟대를 연상시키는 효과가 강화됐다.

초연(1997년) 때와 달리 공연 중간 무대와 객석 사이에 내려오는 반투명 대형스크린에 투영되는 영상과 겹쳐 무용을 감상하도록 한 장치도 그렇다. 빗방울이 수면에 부딪쳐서 일어나는 파문을 담은 영상은, 순례자들이 종교적 고뇌와 열정의 상호작용을 통해 법열의 경지로 다가가는 과정을 신비롭게 표현했다.

45분 길이의 ‘순례’를 이번에 70분으로 확장한 ‘순례자’는 ‘구도의 춤꾼’으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전위예술가에서 삶의 너그러움을 터득한 안무가 홍신자 씨의 변화도 온축했다. 극 후반부에 무용수들은 무겁게 짊어졌던 대나무 장대를 절반 길이의 가벼운 대나무 봉으로 바꿔들고 삶을 긍정하는 군무를 펼친다.

‘순례’가 동서양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추구했다면 ‘순례자’는 그에서도 자유로워짐으로써 구원과 해탈에 다가선 느낌이다. 그 변화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경건하고 다음엔 가슴 뛰고 끝으론 영혼의 정화를 가져다주는 이 작품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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