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상처받은 소년의 가슴 시린 성장기

  • 입력 2009년 1월 24일 03시 00분


◇꼬마 난장이 미짓/팀 보울러 지음·김은경 옮김/272쪽·9800원·다산책방

난쟁이 미짓은 작고 흉측한 외모에 의사소통이 힘든 언어구사력을 가진 열다섯 살 소년이다. 평범하지 못한 모습과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발작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에게 호기심 어린 대상이 되곤 하는 그에게는 남몰래 자신을 괴롭히는 형 셉이 있다.

형은 남들 앞에서는 사려 깊고 다정다감하게 행동하지만 둘이 남겨질 때면 미짓을 ‘돼지, 얼간이, 살인자’라고 비방하며 무자비하게 학대한다. 셉이 미짓을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는 미짓을 낳으면서 엄마가 죽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미짓을 대해주지만 미짓은 자신이 가족에게 상처와 고통의 기억이자 천덕꾸러기이며 짐이란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미짓의 유일한 꿈은 자신의 배로 바다로 나아가겠다는 것뿐이다.

이 작품은 ‘리버보이’ ‘스타시커’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성장소설 작가 팀 보울러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첫 발표작이다. 저자는 자신이 자라온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10년간의 습작기를 통해 완성했다고 한다.

삶의 장애에 부닥친 10대가 문제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환상적 분위기로 표현해내는 저자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이 첫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엿보인다. 난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춘기 소년과 형의 학대, 증오와 분노, 슬픔과 살의 등은 성장소설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저자는 이런 음울함을 기이한 노인의 등장, 미짓이 발휘하게 되는 신비한 힘 등을 통해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이끌어간다.

기적을 말하고 다니는 ‘미라클 맨 조셉’이란 이상한 노인을 만난 뒤 미짓은 노인이 남기고 간 요트로 혼자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마음에서 그려지는 그림대로 일이 풀려가면서 미짓은 미라클 맨의 말처럼 완전히 믿고 원하면 기적이 이뤄진다는 것과 자신에게 신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요트 경기에서 형 셉을 누르고 당당히 우승을 하게 된 미짓은 그동안 셉에게 억눌러 왔던 증오와 적개심을 서서히 표출하기 시작한다.

결국 극점에 달하게 되는 형제간의 갈등과 자신을 희생하면서 용서를 선택하게 되는 미짓의 마지막 결단을 슬프고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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