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조선의 몽테크리스토’ 복수를 시작하다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진주탑/김내성 지음/576쪽·1만3000원·현대문학

추리작가 김내성 탄생 100돌… ‘진주탑’ 재출간

이봉룡은 개항장 진남포에서 나고 자란 청년 배꾼이다. 그에겐 배 한 척과 늙은 아버지, 사랑하는 여인이 전부지만 아무런 욕심 없이 분수를 지키며 산다.

그런데 약혼녀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청년은 모함으로 인해 감옥으로 끌려간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그는 서울에 입성해 분노와 원한으로 벼려왔던 복수를 감행한다.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 작가로 손꼽히는 김내성(1909∼1957)의 ‘진주탑’은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3·1운동 전후 식민지 조선을 배경에 맞춰 번안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46년 라디오 연속극으로 먼저 방송돼 뒤마의 원작 못지않은 짜임새와 속도감, 반전 등으로 인기 및 누렸다. 연속극이 끝난 뒤 김내성은 이를 소설로 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내성은 당시 ‘마인’ ‘태풍’ 등 추리소설과 청소년 문학, 연속극, 영화의 원작자로 인기를 누렸지만 문학사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이 작품은 6·25전쟁 이후에도 단행본이 11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이번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현대문학의 ‘한국문학의 재발견-작고문인선집’의 1차 본으로 다시 출간됐다.

작고문인선집은 문학사적 가치에 비해 조명 받지 못한 작고 문인들의 작품을 정리, 보존하기 위한 기획이다.

최초 여성소설가인 김명순(1917∼1951)의 시와 희곡을 담은 ‘김명순 전집’, 섬세한 시어의 서정시를 써 온 이수복(1924∼1986) 시인의 ‘이수복 시전집’, 민족분단에 저항하는 시를 써 온 박봉우(1934∼1990) 시인의 ‘박봉우 시전집’도 함께 출간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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