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영화… 공연장 대관… “변해야 산다”

  • 입력 2008년 11월 4일 02시 54분


멀티플렉스에 밀리는 중소 영화관 차별화로 승부수

고전과 추억 영화 전문관으로의 변신, 노인 관객 유치, 공연장과의 ‘동거’….

1998년 서울 강변CGV 개관으로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지 10년. 명보, 스카라, 시네코아, 부산 삼일극장, 마산 연흥극장 등 어릴 때부터 낯익은 극장들이 사라지거나 멀티플렉스 체제에 흡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고 차별화된 길을 모색하고 있는 극장도 하나둘씩 이어지고 있다.

○ 벤허-영웅본색 등 상영 잇따라

3년 전 문을 닫았던 서울 종로의 허리우드극장은 4월 300석 규모의 고전영화 전문극장으로 재개관했다. 이름도 허리우드클래식극장으로 바꿨다.

재개관 기념작으로 ‘벤허’(1959)를 개봉한 이래 ‘미션’ ‘영웅본색’을 잇달아 상영했다. 14일 ‘영웅본색’ 시리즈 중 최다 관객을 모았던 ‘영웅본색 2’를 개봉하는 데 이어 18, 19일에는 근처 탑골공원 노인들을 대상으로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주최하는 ‘노인영화제’도 이곳에서 열리며, 고전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 중 입장료를 2000원으로 낮춰 추억의 영화를 기억하는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김은주 대표는 “주로 40, 50대 관객이 많다. 지방에서 올라와 종로 일대에 대한 추억을 더듬으면서 영화도 한편 보고 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며 “큰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극장 운영비, 직원 월급 등을 마련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드림시네마에도 여전히 손으로 그린 ‘미션’ ‘얄개시대’의 간판이 걸려 있다. 재개발이 연기되며 ‘수명’도 3년 연장됐다. 드림시네마는 ‘더티 댄싱’이 1만7000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뒤 ‘씨받이’ ‘자유부인’ ‘고교얄개’ 등 옛 한국 화제작을 개봉해 한 달 관객 1만 명을 꾸준히 넘기고 있다.

○ 관객과 어떤 영화 상영할지도 의논

대구에서 유일한 ‘단관’ 극장인 동성아트홀은 2004년 9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재개관했다. 멀티플렉스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취지다.

개관 초기 한 달에 수십 명에 불과했던 관객이 이제 2000명으로 증가했다. 손으로 상영시간표를 써 붙일 정도로 오래된 시설과 201석의 소극장인데도 관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 극장을 사랑하는 팬 카페 ‘동성아트홀릭’도 있다. 2005년 2월에 개설된 이 카페는 회원이 8900여 명에 이른다.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극장이 관객과 어떤 영화를 상영할 것인가를 상의하고 정기모임을 갖기도 한다”면서 “멀티플렉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아날로그적인 공동체 의식에 끌리는 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독립영화관 재개관 생존 성공

서울 중구 명동의 중앙시네마도 지난해 독립영화 전문관인 인디스페이스로 재개관하며 생존에 성공했다. ‘스폰지하우스’ ‘씨네큐브’ ‘하이퍼텍나다’ ‘미로스페이스’ 등 작은 영화관도 저예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멀티플렉스의 파고를 견뎌내고 있다.

공연장과의 ‘동거’도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다. 부산의 국도극장은 부산 가람아트홀과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국도극장은 경영이 악화돼 4월 남포동을 떠나 대연동 가람아트센터로 옮겨 162석의 국도앤가람예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이곳은 영화도 틀지만 공연장으로 대관을 하기도 한다. 허리우드클래식극장도 2개관 중 하나는 논버벌 퍼포먼스 ‘사랑하면 춤을 춰라’의 전용관으로 대관 운영되고 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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