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한국실 있어도 홍보 안해” 47%

  • 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 해외 박물관 한국담당 큐레이터 36명 설문

한국실 없는 곳 89.4% “유물 中-日보다 적어”

“아름다운 한국 유물은 도자기-고려불화” 꼽아

전문가 “해외 대여 늘리고 프로그램 다양화를”

해외 박물관에 전시 중인 한국 유물이 중국이나 일본 유물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와 국제교류재단이 9월 22일∼10월 1일 열린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가한 15개국 36곳의 박물관에서 한국 유물을 담당하는 큐레이터 3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프랑스 기메 박물관, 미국 호놀룰루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 독일 민족학 박물관 등의 큐레이터들이 참가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독립된 한국실이 없는 박물관은 19곳(52.8%)이었다. 한국실이 없는 박물관 큐레이터의 89.4%는 “한국 유물은 일본 중국 전시품에 비해 적다” 또는 “매우 적다”고 답했다. 한국실이 없는 해외 박물관에 있는 한국 유물은 평균 347점(최소 15점∼최대 2000점)으로 중국과 일본 유물의 평균 1만2855점(최소 105점∼최대 10만5000점)의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국과 일본의 유물 수를 따로 밝힌 박물관 10곳을 분석한 결과 한국 유물 수는 일본 유물의 14.6%(박물관별 평균·최소 1.3%∼최대 33.3%), 중국 유물의 12.6%(최소 0.4%∼최대 30%)에 머물렀다.

한국실이 설치된 해외박물관 17곳(47.2%)의 한국 유물 수는 평균 576점(최소 21점∼최대 1200점)으로 한국실이 없는 박물관에 비해 많았다. 그러나 한국실 설치 박물관의 중국, 일본 유물 대비 한국 유물 수도 한국실 없는 박물관에 비해 크게 나은 형편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실이 있는 프랑스 기메 박물관의 담당 큐레이터 피에르 캉봉 씨는 “중국 유물이 1만5000점, 일본 유물이 1만4000점인 데 비해 한국 유물은 1000점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한국실이 있어도 별도의 홍보 활동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박물관도 47.1%에 달했다. 한국실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관련 기획전을 연 적이 있는 박물관은 75%(27곳)에 이르렀으나 이 중 21곳(77.8%)의 큐레이터가 중국, 일본 기획 전시에 비해 한국 전시의 개최 횟수가 적다고 답했다.

한국 관련 기획 전시 횟수가 더 많았다고 답한 큐레이터는 1명에 그쳤다. 한국 유물 전시가 매우 적다고 답한 한 큐레이터는 “한국 유물 전시를 박물관에 제안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유물이 중국 일본에 비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이유로는 ‘해외 한국 유물의 컬렉션 규모가 작아 전시 유치가 힘들다’(27.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 유물에 대한 정보 부족’(25%), ‘한국 문화유산 관련 인력의 부족’(25%)도 지적됐다.

응답자 대부분(84.5%)은 한국실 설치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한국실 설치 및 운영의 개선에 필요한 요소로는 ‘한국 관련 유물의 확보’(52.8%), ‘지속적인 예산 지원’(27.8%), ‘한국학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11.1%), ‘한국 정부의 높은 관심’(8.3%)을 꼽았다.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큐레이터들은 한국실 또는 한국 유물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들이었지만 한국 미술사를 전공한 큐레이터는 36명 중 3명(8%)에 그쳤다.

윤금진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소장은 “해외에 한국 유물 컬렉션이 부족한 현실에서 박물관에 한국실을 여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해외 박물관에 대한 유물 대여를 활성화하고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꼽은 한국 문화유산(중복 응답)은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도자기(20%)와 수월관음도 등 고려불화(20%)였고, 석굴암 등 신라 불교 조각(16.8%), 신라 금관(10%),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6.7%)이 뒤를 이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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