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성경따라 미친 척 1년, 죄 안 지으려 다른 죄를…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02분


전형적인 뉴요커로 월간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편집자인 저자는 1년간 성경에 적힌 계율을 ‘문자 그대로’ 실천했다. 성서 시대의 유대인처럼 수염도 깎지 않은 채 십계명부터 황당한 계율까지 우직하게 따른 괴짜 종교체험기다.사진 제공 세종서적
전형적인 뉴요커로 월간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편집자인 저자는 1년간 성경에 적힌 계율을 ‘문자 그대로’ 실천했다. 성서 시대의 유대인처럼 수염도 깎지 않은 채 십계명부터 황당한 계율까지 우직하게 따른 괴짜 종교체험기다.사진 제공 세종서적
◇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전 2권)/A J 제이콥스 지음·이수정 옮김/상권 320쪽, 하권 296쪽·각 권 1만2000원·세종서적

저자는 여러 권으로 구성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항목을 독특한 해석으로 추려내 재구성한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김영사)로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하다.

이번에는 1년간 성경 말씀대로 생활한 체험을 일기 형식으로 쓴 책을 냈다. 책 첫머리에 1년간 외모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진 모음을 실었다. 수염 없는 말끔한 얼굴의 저자는 1년 뒤 구약성서 시절 유대인의 전통을 따른 덥수룩한 수염의 소유자로 변했다.

이 기간 그는 성경의 계율을 문자 그대로 따른다. “옷 가장자리에 술을 달라”(민수기 15장 38절), “두 가지 실로 짠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레위기 19장 19절) 등의 계율도 지켰다.

거짓말하지 말라, 탐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수입의 10분의 1을 내놓아라 등 10계명부터 심은 지 5년 이하의 나무에서 난 과일은 먹지 말라, 부리는 사람에게는 그날그날 품삯을 주라, 매달 첫날에 나팔을 불라는 계율까지 지켰다.

심지어 여자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의 이름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름이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과 같아 “다른 신들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출애굽기 23장 13절)는 계율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이런 황당한 체험을 했을까. 그는 유대인이지만 종교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종교가 현대 사회에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녔다. 그런데 종교의 힘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 삶을 감행했다.

체험 준비 기간에 저자는 온갖 종류의 성서를 사들이고 종교인들과 함께 체험을 위한 ‘영적 자문단’을 구성했다. 유쾌하게 시작한 체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워진다. 계율을 지키기 위해 다른 계율을 어겨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생리 중인 여자와 접촉하지 말라는 레위기 15장 19절 때문이다. 저자는 문구점에 들렀다가 혹시 여직원이 생리 중일까 봐 그가 건네는 잔돈을 그냥 카운터 위에 놓아달라고 말한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점원에게 “감기에 걸려서”라고 거짓말한 저자. “하나의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다른 죄를 짓다니…”라며 씁쓸해한다.

“새의 보금자리에 어미새가 그의 새끼나 알을 품은 것을 보거든 그 어미새와 새끼를 아울러 취하지 말고”(신명기 22장 6절)라는 구절은 “알만 손에 넣을 수 있고 어미는 날려 보내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저자는 이를 이용해 비둘기가 둥지에 알을 낳으면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알을 집어 드는 체험의 대가로 100달러를 받는 상술을 보며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성서 체험을 마친 저자는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상권 끝 역자와의 인터뷰 중에서)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체험이 끝난 뒤에도 수입의 10%는 고아를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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