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소프라노 임선혜 유럽데뷔 10년만에 국내공연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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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작은 새.’ 소프라노 임선혜(32·사진) 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유럽 고(古)음악 오페라계 무대를 평정하더니, 파리에서 안무가 피나 바우슈와 무용극을 함께 하고, 베를린에서 미하엘 길렌의 지휘로 슈베르트와 쇤베르크를 부르며 고음악, 오페라, 현대음악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199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피가로의 결혼’으로 데뷔했던 임 씨가 10년 만에 국내 첫 리사이틀을 갖는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001년 스위스 오페라극장에서 연출가가 제 이름만 보고 ‘한국인은 연기를 못한다’며 캐스팅을 취소한 적이 있어요. 노래 한 번 들어보지 않고요. (그 사람이) 언젠가 후회할 날이 있을 거라며 이를 악물었지요.”

임 씨는 성량은 크지 않지만 투명하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고음악계의 거장을 사로잡았다. 필리프 헤레베헤, 르네 야콥스, 파비오 비온디, 시히스발트 카이컨과 함께 바흐, 헨델, 모차르트의 성악 음악을 함께 녹음했다. 임 씨의 또 다른 매력은 한국인 오페라 가수로는 보기 드물게 변화무쌍하고 당찬 눈빛 연기.

2006년부터 르네 야콥스와 함께 모차르트 오페라 3부작 ‘티토 왕의 자비’, ‘돈 조반니’, ‘이도메네오’에 출연하면서 임 씨의 명성은 유럽 일대에 퍼졌다. 공연 실황은 음반과 DVD로 발매돼 주요 음반상을 휩쓸었다. 특히 ‘이도메네오’에서 임 씨는 검은색 청바지와 러닝셔츠를 입고 ‘전쟁 후유증’을 겪는 터프한 일리야 공주 역을 연기해 찬사를 받았다.

“내 몸은 보다시피 짧고 조그맣지요.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빛이에요. 아무리 작은 눈이라도 눈동자가 굴러가는 게 보여야 좋은 연기라고 들었어요. 다행히 제 눈은 왕방울만 하죠.(웃음) 목소리도 성량의 크기보다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울림이 중요해요.”

임 씨는 올해 초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가 안무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에서 에우리디체 역을 맡았다. 파리 오페라발레단 단원인 김용걸 씨와 함께 섰다. 그는 “그 오프닝 공연이 유럽에 생중계돼 유럽의 한국인들에게서 많은 인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 씨는 “유럽에서는 바로크 음악도 출연 배우들에게 누드를 요구할 정도로 파격적 연출이 많다”고 소개했다.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몬테베르디의 ‘성모마리아의 저녁 기도’를 부를 때 연출가가 독창자들에게 모두 옷을 벗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임 씨는 “연출 의도가 극의 내용과 맞을 때는 몸을 사리지 않겠지만, 성스러운 음악 분위기와 나체가 잘 어울리지 않는 데다 선정적인 스캔들만 노린 연출이어서 출연자들이 모두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을 추억과 감사의 의미가 담긴 슈만, 볼프, 슈베르트, 리스트, 슈트라우스의 가곡으로 꾸민다. 피아노 반주는 유영욱 씨가 맡았다. 3만∼7만 원. 02-548-448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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