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MS.박의 라이브 갤러리] 원본과 복제물 ‘행복한 동거’

  • 입력 2008년 6월 10일 08시 27분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이다.

오늘날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가 파리의 루브르미술관에 직접 가지 않고서도 온라인 루브르미술관에 접속하여 모나리자의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모나리자의 이미지를 여러 장의 사본으로 복사, 저장한 다음, 포토샵을 사용해 변형을 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변형된 모나리자는 전 세계의 다른 이용자들에게 다시 전송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지구 몇 바퀴를 돌고 있다.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필자가 칼럼의 첫머리를 왜 모나리자로 시작했는지 대충 짐작할 것이다. 파리 루브르미술관의 ‘단 하나의’ 모나리자와 인터넷에 존재하는 ‘셀 수 없는’ 모나리자 사이에 존재하는 논란은 오늘날 미술에 있어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걸작의 이미지가 실제 미술관에 가서 원본을 감상하려는 방문객 수를 감소시키고, 나아가 그것이 원본의 위상을 깎아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실이 가상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인터넷이 그 어느 때보다도 미술관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증가시켜서 도리어 원본 걸작의 위상을 높힐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 빈치나 고흐의 작품 원본보다 사진과 엽서와 같은 복제물에서 더 많이 보아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생겨나는 미술계의 이러한 논란에 대해, 다음 질문으로 오늘날의 현실을 진단해 볼 수 있다. 가령 문자의 발명 이후에 사람들은 말을 덜 하는가? 사진의 등장으로 그림이 사라졌는가? 영화가 연극을 대체하였는가?

사실 우리는 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신문, 잡지, 엽서, 그림책, 텔레비전과 영화를 통해 원본걸작의 복제물을 접해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과 발맞추어 원본을 전시하는 미술관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른 대규모 세계 순회전시로 인해 우리는 1세기 전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원본을 볼 수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터넷상의 모나리자 이미지들이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이는 사진과 영화에서 본 모나리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다가오는 휴가 때 루브르미술관의 방문 계획을 세울 것이며, 또 어떤 이는 인터넷으로 전송받은 모나리자 이미지를 자기 나름대로 변형하여 그것을 ‘나만의’ 모나리자를 내 그림 폴더에 저장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요즘 미술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로 가상과 현실의 ‘상호작용’이 아닐까?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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