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선 안될, 그러나 잊혀져 가는 6·25 전적지 문화재 된다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2분


문화재청 “이달 중 6곳 지정 예고… 2010년까지 장기 전투지역 추가”

《민-경(民-警)이 힘을 모아 북한군을 막아낸 경북 김천시 부항지서 망대(望臺),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한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 서부 전선 영령들의 넋이 서린 경기 연천군 유엔군 화장터, 수도 서울 재탈환의 힘을 키운 옛 육군 제1훈련소(제주 서귀포시)….

6·25전쟁 때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전적지와 훈련소 등 6·25전쟁 유적지 6곳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는 부항지서 망대를 비롯해 경기 파주시 설마리 전투비, 제주 서귀포시 해병대 3, 4기 훈련소 등 6곳을 이달 중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유엔군 전몰장병의 유해가 안장된 부산시 유엔기념공원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으나 6·25전쟁 전적지를 문화재로 지정 예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2010년 6·25전쟁 60주년을 앞두고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는 6·25전쟁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등록 문화재 지정을 추진해 왔다. 등록문화재는 건물 수리 때 보조금 지원, 세제 기준 완화 등의 혜택을 받는다.

김천 부항지서 망대는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북한군의 습격을 막기 위해 주민과 경찰이 함께 구축한 전적지. 7m 높이의 지상 건물에 15m 길이의 지하 통로를 갖춘 콘크리트 건축물로, 6·25전쟁 당시 세워진 망대 가운데 유일하게 사각형 모습이다. 1951년 1월 북한군 1000여 명과 교전 끝에 경찰 5명이 전사했으나 끝내 공격을 막아낸 곳이다. 이번에 민간과 공권력이 힘을 합쳤다는 점이 평가됐다.

칠곡 왜관철교는 1950년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북한군을 막기 위해 다리 일부가 폭파됐다가 1990년대 복구됐다.

당시 왜관이 북한군에 넘어갈 경우 북한군의 진격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이 다리를 폭파했다. 북한군은 더는 남하하지 못했고 이후 낙동강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국군의 북진 계기를 마련해 ‘호국의 다리’로 불린다.

연천 유엔군 화장터는 격렬했던 서부전선 전투에서 사망한 유엔군을 화장한 곳. 돌로 쌓은 10여 m 높이의 굴뚝과 화장 구덩이가 있으나 지금은 표지판 하나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파주 설마리 전투비는 영국군 글로스터셔 연대 제1대대와 제170 경박격포대 소대 장병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57년 건립된 비. 영국군은 1951년 4월 북한군과 중국군을 방어하다가 수많은 전사자를 냈지만 이들의 희생 덕분에 국군과 유엔군은 서울에 새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서귀포의 옛 육군 제1훈련소(일명 모슬포 훈련소)는 북한군에 밀려 퇴각하던 1951년 1월 개소된 뒤 국군 신병을 배출해 서울 재탈환 등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곳. 이곳에선 1956년까지 약 50만 명의 신병이 훈련받았다. 훈련소 정문 기둥, 지휘소, 막사, 의무대 건물 등이 남아 있다.

서귀포의 해병 3, 4기생 훈련소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을 낳은 해병 3, 4기를 훈련시킨 곳. 여기서 훈련받은 해병 3000여 명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전과를 올렸다.

이만열(한국사) 근대문화재분과 위원장은 “2010년 6·25전쟁 60주년까지 장기 전투 지역, 참호, 낙동강 전선 등의 전적지를 추가로 찾아내 등록 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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