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임 명창 “이제야 孝 알 것 같아…회심곡 울며 부르죠”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아들아 며늘아이야 우지 마라.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만 부인만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한 분 더 얻게 되는 거란다. 부모는 자식을 하나 더 얻게 되는 것이고. …아들아 며늘아기야 나는 이제 가야겠구나.”

경기명창 김영임(사진) 씨는 요즘 무대에서 ‘회심곡’을 부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회심곡’은 그가 21세 때 녹음해 100만 장이 넘게 팔린 초유의 국악 히트 음반이다. 그러나 당시 20대 초반의 그에게 ‘효(孝)’는 그다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철모르는 막내로 태어났고, 젊은 나이에는 부모의 고마움을 모르잖아요. 그런데 결혼해서 아이 낳고 시부모 모시고 살면서 달라졌어요. 무대에서는 부모님께 잘하라는 ‘회심곡’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불렀지만, 정작 부모님께 잘 못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된 거죠.”

올해 김 명창은 데뷔 35주년을 맞았다. 매년 어버이날을 전후해 무대에 올리는 ‘효’ 공연도 10년에 이르렀다. 김 명창은 “무대에서 철이 들었다. 회심곡은 늘 나 자신을 반성하고, 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돼 왔다”고 말했다.

경기소리 ‘회심곡’은 어머니 배 속에서 잉태된 아기가 열 달을 지내고, 슬하에서 자라고,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고, 죽음의 길을 가는 인생을 담은 노래다. 충효 사상을 담은 이 민요는 서산대사가 지어서 부모에게 들려주었다는 설이 전해 온다. 김 명창은 “우리 중 부모의 배를 빌려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어르신들 말씀은 어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효’ 공연은 김 명창 외에도 합창단, 중앙국악관현악단, 김말애 무용단 등 총 150여 명이 출연하는, 국악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스펙터클을 내세운 무대다. 탤런트 전원주 씨가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을 맡고, 김 명창의 남편인 코미디언 이상해 씨도 출연한다.

2005년 국립국악원에서 장장 3시간에 걸쳐 ‘경기 12잡가’ 완창 발표회를 가졌던 김 명창은 최근 ‘효’ 음반을 내놓았다. 그는 “제 스승이신 묵계월 선생님이 연로하셔서 거동을 잘 못하시지만 굽이굽이 넘어가는 소리만큼은 대단하다”며 “요즘도 1주일에 한 번씩 선생 댁에 들러 경기소리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7∼8일(경기 성남), 10∼11일(서울 KBS홀), 17일(부산), 24일(경남 창원), 25일(충남 천안), 31일(울산), 6월 1일(대전). 7만7000∼9만9000원(서울). 02-2233-1755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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