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사랑한 발레리노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2007년 11월 올린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춘향’을 연습 중인 발레리노 정주영(아래).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2007년 11월 올린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춘향’을 연습 중인 발레리노 정주영(아래).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정주영 씨 ‘캣츠’서 배우 전업

“이제 발레 그만두고 뮤지컬 할래요.”

국립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정주영(30) 씨가 17일 막을 올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을 끝으로 발레리노 인생을 접고 뮤지컬 신인 배우로 새 출발한다. 정 씨는 국내 발레리노 중에서 정상급이다.

‘줄리엣’ 역을 맡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와의 연습을 위해 현지로 갔다가 3일 귀국한 정 씨는 “9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캣츠’의 오디션에 응시해 합격했다”며 “‘로미오와 줄리엣’이 끝나면 15년간의 무용수 생활을 접고 뮤지컬 배우로 전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가 뮤지컬 배우로 전업한 경우는 정 씨가 처음. 2001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주역 무용수의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뮤지컬로 뛰어든 이유에 대해 “오래전부터 뮤지컬도 정말 해보고 싶었다. 더 늦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3년 전부터 서울예술단의 성악가에게 노래를 배웠고 탭댄스 교습도 받으면서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캣츠’에서의 배역은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 그는 “현상 수배를 받는 악당 고양이인데 키가 커야 하고 발레의 테크닉이 필요한 역이라 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 무용수들의 반응을 묻자 그는 “경쟁자가 줄어져서 좋은지 아무도 말리지 않더라”면서 “다들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며 격려해 줬다”고 답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좋은 무용수를 보내게 되어 아쉽지만 좋은 작품에 캐스팅돼 인정받았으니 말릴 수 없었다”며 “뮤지컬에서도 성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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