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대학로 ‘시즌’ 작명… 흥행시즌도 열릴까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미스터 로비 시즌 2, 70분간의 연애 시즌 2, 화성 여자 금성 남자 에피소드 1, 닥터 이라부 에피소드 1….

요즘 대학로 연극 제목에는 ‘에피소드’나 ‘시즌’ 등의 단어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2,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등 ‘미드(미국 드라마)’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상케 한다.

12일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왔다는 박신영(24) 씨는 “요즘 ‘미드’가 인기니까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미드의 시즌제를 따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로의 ‘시즌’에는 남모를 고민이 숨어 있다.

미드에서의 ‘시즌’은 연속되는 스토리 속에 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프렌즈 시즌 3과 시즌 4의 이야기는 연속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대학로의 ‘시즌’은 ‘개·보수’의 성격이 강하다. 기본 줄거리는 거의 그대로인 채 약간의 손질만 덧붙인 정도다.

가령 ‘미스터 로비 시즌 2’는 전편과 비교했을 때 캐스팅이 일부 바뀌고 스토리의 중간 부분을 조금 바꾼 것을 제외하면 큰 차이는 없다.

기획사 측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2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초연 때보다는 작품이 ‘업그레이드’됐음을 알리기 위해 ‘시즌 2’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닥터 이라부 에피소드 1도 작년에 공연했던 닥터 이라부의 내용을 조금 ‘정돈’한 정도다. 여기에는 대학로 연극인들의 빈약한 호주머니 사정과 썰렁한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조경남 투비컴퍼니 기획팀장은 “흥행이 확실치 않은 새 작품을 올리기보다는 이미 관객의 검증을 거친 작품을 좀 더 수정 보완해 올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마케팅적인 요인도 있다. 박현미 극단 지구인 기획실장은 “검증된 작품이라도 하나의 이름으로 장기 공연을 할 경우 사람들에게 새롭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시즌 2’라고 제목에 변화를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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