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지킴이’ 자처 兪청장 재임중 문화재 수난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낙산사 동종 등 문화재 4건 불타

왕릉 앞마당서 불 피우고 취사도▼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2004년 9월 10일 가진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문화재 주변 보호 면적을 재조정하고 문화재 지킴이 운동을 확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인사말에서도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온전하게 보존해 후손에게 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하지만 유 청장이 취임한 뒤 이런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크고 작은 문화재 손실이 잇따랐다. 나아가 유 청장 스스로 문화재를 소홀하게 다루는 언행을 보이는가 하면 문화재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구설에 오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키지 못한 문화재=유 청장이 취임한 지 7개월 만인 2005년 4월 5일 강원 양양군의 천년고찰 낙산사가 산불로 인해 잿더미가 돼버렸다. 이날 화재로 보물 497호 동종(銅鐘)이 소실됐고 사찰 내 원통보전(圓通寶殿·강원도유형문화재 제35호)을 비롯한 주요 건물이 불에 타 무너져 내렸다.

이듬해 4월 26일에는 60대 남성이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미리 준비한 신문지와 부탄 가스통을 이용해 불을 질렀다.

불과 닷새 뒤인 5월 1일에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기 수원시 화성(華城·사적 제3호)의 서장대(西將臺) 누각 2층이 방화로 모두 소실됐다.

▽갖은 구설=유 청장은 지난해 5월 15일에는 문화재 보호의 최고 책임자라는 직위를 망각한 행동으로 거센 비난을 샀다. 경기 여주군의 효종대왕릉을 방문한 유 청장이 동행 인사들과 함께 취사 및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왕릉 목조 재실 앞마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것.

왕릉의 관리를 맡고 있는 유적관리사업소가 유 청장 등을 접대하기 위해 재실에서 불과 1∼2m 떨어진 곳에서 액화석유(LP)가스통을 갖다 놓고 음식을 만들었지만 유 청장은 이를 보고서도 막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석 달 뒤인 8월에는 문화재청이 정부 예산으로 유 청장의 개인 저서를 대량 구입해 문화재청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앞서 2005년 1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親筆)인 광화문 현판 교체를 추진하던 유 청장이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비판에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광화문과 현충사는 다르다.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라기보다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이다”는 엉뚱한 발언을 해 충남 아산 시민, 이순신 장군 후손 등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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