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6>88만 원 세대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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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우리의 20대들이고,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그들의 불행은 미래의 불행이기도 하고, 우리의 불행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 사회의 주인공이 됐을 때…모두 웃을 수 있는 완전 균형의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진보의 잣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풍요를 더해 주는 것이 아니다.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 가진 사람들이 견딜 만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이 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자본주의의 미덕임을 강변하고 있다.

오늘날 이 말은 진보와 좌파의 가치만은 아니다.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3월 들어설 새 정부도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약자로 내몰린 21세기 20대의 실상을 고발한 ‘88만 원 세대’는 이념과 상관없이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면 일독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 조국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오늘의 한국 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신빈곤층과 비정규직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조 교수는 “당선인이 성장, 효율을 국정의 모토로 삼고 있지만 현재의 양극화를 완화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임기 말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며 “20대 청년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인 이 책을 읽고 벼랑으로 내몰린 20대에 대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을 두고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낭만이 없어졌다” “사회보다 자신의 미래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등. 그 말처럼 지금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를 포함한 모든 생활을 졸업 뒤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20대에게 혀를 차는 ‘어른’들은 20대 때 어땠을까.

어른들의 젊은 날과 지금 20대의 젊은 날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이 책은 낭만과 꿈이 없다고 20대들을 질책만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88만 원 세대’의 88만 원은 지난해 20대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에서 나온 것이다. ‘88만 원 세대’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은 ‘버블 세대’나 ‘비참 세대’라 부르고 이탈리아는 ‘1000유로(약 140만 원) 세대’라 부른다.

이런 현실은 우리 사회가 경쟁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기 때문에 빚어졌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경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효율성의 원천인 경쟁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인간 사회는 없다고 말한다.

그 대신 저자들이 지적하는 건 시장을 왜곡할 정도로 지나친 독과점이다. 20대가 살아가는 오늘의 한국경제는 독과점이 심각하다. 이는 좌파 우파 경제학자들이 모두 지적하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일자리까지 감안하면 완전 고용에 가까운데도 20대 실업률이 높은 것도 대기업에 치중된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20대가 처한 현실, 386세대와 ‘88만 원 세대’의 비교, 곧 20대가 될 10대들의 실상 등에 초점을 맞춘 다채로운 분석이 인상적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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