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긴 잠에서 깨어날까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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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왼쪽)이 10일 열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백호부 시상식에서 우승 상금 1000만 원이 적힌 피켓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사이버오로
이창호 9단(왼쪽)이 10일 열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백호부 시상식에서 우승 상금 1000만 원이 적힌 피켓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사이버오로
이창호 9단 전자랜드배 우승등 올해 들어 6연승

“집중력 살아났다” 기대감… 18일 십단전이 고비

이창호(33) 9단이 올해는 부활할까. 그는 지난해 1인자의 자리를 6관왕 이세돌 9단에게 넘겨주고 54승 31패(63.5%)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 9단은 최근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백호부(만 26∼50세 기사) 결승전에서 안조영 9단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목진석 조한승 9단 등 상위 랭커들을 꺾고 결승에 올라 이번 우승이 더욱 값졌다는 평이다. 올해 들어 6연승을 거뒀고 지난해 12월부터 9연승 중이다.

무엇보다 바둑의 내용이 좋다. 목 9단과의 바둑에선 미세한 승부에서 집중력을 살려 반집승을 거뒀고 조 9단과의 대국에선 불리한 바둑을 따라붙어 역전승을 거뒀다. 안 9단과의 대결에선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고 상대를 밀어붙였다. 지난해 유리한 바둑을 역전당하고 불리한 바둑에선 그대로 밀려버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말 KBS 바둑왕전에서 우승한 것도 그에겐 ‘보약’이 됐다. 속기전이지만 주요 대국에서 잇따라 패하던 분위기를 되돌렸고 왕위전 중환배와 함께 3관왕으로 체면치레를 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이 9단에게는 18일 십단전 준결승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십단전 우승은 올해 재기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상대인 이영구 6단은 수년째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들며 꾸준히 성적을 내는 기사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9단이 지난해 본선에서 탈락한 대국이 많아 올해 예선 대국을 많이 두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왕중왕전도 예선부터 거쳐야 했고 17일 시작되는 명인전을 비롯해 국수전 예선에 참가해야 한다. 이 경우 연간 평균 대국 수보다 15∼20국을 더 두게 된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체력적 부담도 적지 않은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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