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살아났다” 기대감… 18일 십단전이 고비
이창호(33) 9단이 올해는 부활할까. 그는 지난해 1인자의 자리를 6관왕 이세돌 9단에게 넘겨주고 54승 31패(63.5%)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 9단은 최근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백호부(만 26∼50세 기사) 결승전에서 안조영 9단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목진석 조한승 9단 등 상위 랭커들을 꺾고 결승에 올라 이번 우승이 더욱 값졌다는 평이다. 올해 들어 6연승을 거뒀고 지난해 12월부터 9연승 중이다.
무엇보다 바둑의 내용이 좋다. 목 9단과의 바둑에선 미세한 승부에서 집중력을 살려 반집승을 거뒀고 조 9단과의 대국에선 불리한 바둑을 따라붙어 역전승을 거뒀다. 안 9단과의 대결에선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고 상대를 밀어붙였다. 지난해 유리한 바둑을 역전당하고 불리한 바둑에선 그대로 밀려버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말 KBS 바둑왕전에서 우승한 것도 그에겐 ‘보약’이 됐다. 속기전이지만 주요 대국에서 잇따라 패하던 분위기를 되돌렸고 왕위전 중환배와 함께 3관왕으로 체면치레를 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이 9단에게는 18일 십단전 준결승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십단전 우승은 올해 재기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상대인 이영구 6단은 수년째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들며 꾸준히 성적을 내는 기사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9단이 지난해 본선에서 탈락한 대국이 많아 올해 예선 대국을 많이 두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왕중왕전도 예선부터 거쳐야 했고 17일 시작되는 명인전을 비롯해 국수전 예선에 참가해야 한다. 이 경우 연간 평균 대국 수보다 15∼20국을 더 두게 된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체력적 부담도 적지 않은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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