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08]시조/천수만 가창오리

  • 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천수만 가창오리

-김종열

1.

들레는 늦가을 날

하늘 길 빗장 풀 즈음

천수만 저 갈대밭 빈방 여럿 예비하고

제 몸 확! 불질러놓고 연방 풀무질한다.

밀레의 대작이다,

모이 줍는 가창오리

비로소 붓질하듯 군무(群舞)는 펼쳐지고

휑하던 너른 그 들녘, 아연 잔칫집인가.

일 년을 하루같이 덧칠만 되풀이하는

감 물든 여문 해가 낙관 하나 꾹 쏟아내고

저 멀리 물러선 방죽, 타닥타닥 잔불 끈다.

2.

간월암 갈마드는 갯바람에 실린 물결

무르녹은 나의 하루 놀빛 속에 깃들어도

예인선, 예인선처럼 산 그림자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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