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스탈린의 비밀 노트를 찾아서…‘아크엔젤’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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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로버트 해리스 지음·조영학 옮김/512쪽·1만5000원·랜덤하우스

고대 도시 폼페이의 최후를 소설화한 ‘폼페이’로 화제를 일으켰던 로버트 해리스. ‘아크엔젤’은 그 해리스가 격정적인 현대사에 도전한 소설이다. 그가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은 인물은 구소련의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

소설은 1998년 러시아학회에 초대된 한 사학자가 스탈린의 임종을 지켰다는 노인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학자 켈소는 노인에게서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스탈린의 비밀노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노트를 찾아 나선다.

비밀노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한 시대를 지배한 공포의 이데올로기였다. 스탈린은 폭군 이반을 존경하고 친척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면서, 깊은 밤에는 개 소리만 나오는 레코드 음반을 틀어놓고 부하들과 춤을 추던 ‘광기의 제왕’이었다. 켈소는 소련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통치한 지도자가 상상을 뛰어넘는 두려운 존재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다. 그 역사가 너무나 오래된 것으로 느껴져서 많은 사람에게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 것을 경계하면서, 작가는 ‘광기의 이데올로기’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러시아에 대한 역사적 고증과 분석이 돋보이는 긴장감 있는 플롯 속에 무시무시한 독재자가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담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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