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흰눈 덮고 겨울잠 자지요”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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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떨어진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활엽수, 변치 않는 청청함으로 겨울을 인내하는 침엽수. 겨울나무 가득한 겨울 숲은 처연한 듯하지만 때론 시리도록 투명하다. 그 묘한 매력 때문인지 요즘 겨울 숲을 찾아 겨울나무를 관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나무 전문 사진작가인 윤주복(55·사진) 씨도 빼놓을 수 없는 겨울나무 마니아. ‘겨울나무 쉽게 찾기’(진선북스)란 책을 내더니 아예 겨울나무 사진을 찍겠다며 서울을 떠나 강원 태백시로 이사를 했다.

그가 책을 낸 것은 겨울 숲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잎이 떨어지고 나니까 겨울나무를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숲 해설가들로부터 겨울나무 책을 내라는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이 책에서 겨울 눈, 나뭇잎 떨어진 자국, 잔가지, 열매 등을 보면서 겨울나무를 구별해 보라고 권한다.

“잎이 떨어진 자국은 나무마다 그 모양과 크기가 다릅니다. 5원짜리 동전만 한 것도 있고 10원짜리만 한 것도 있죠. 게다가 동그란 놈, 길쭉한 놈, V자인 놈 모두 달라 이것을 나무별로 조금씩만 눈여겨 봐두면 겨울나무가 좀 더 친숙해질 겁니다.”

1990년부터 나무 사진을 찍기 시작해 1999년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둔 뒤 나무 전문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윤 씨. 지금은 태백에서 카메라를 둘러메고 겨울나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태백에 아직 눈이 많이 오지 않아 하얀 겨울나무를 찍진 못했지만 조만간 눈꽃 활짝 핀 겨울나무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가 말하는 겨울나무의 삶은 여유롭고 넉넉하다.

“겨울나무는 잠시 겨울잠을 자는 겁니다. 그런데 눈을 참 좋아하죠. 눈이 많이 오면 보온 효과가 있어 더 따뜻하고 게다가 수분 공급도 늘어나 이듬해 꽃과 나뭇잎이 무성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가 태백에서 할 일은 또 있다. 태백 지역의 산맥은 북상하려는 남방 식물과 남하하려는 북방 식물이 부딪치는 곳.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방 식물의 군락지가 북상하면서 북방 식물과의 치열한 영역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이 바로 태백이다. 내년엔 그 치열한 생존경쟁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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