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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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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방송, 잡지 등 언론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특별히 존경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은 젊은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직업임에 틀림없다. 정직과 용기, 명석함은 기자들의 상징이라고 여겨진다.”
저널리스트.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이중적이다. 펜으로 정의를 실현하거나, 억지로 세상을 비딱하게 보거나.
솔직히 말해 어느 쪽이든 부풀려졌긴 마찬가지다. 저널리스트 혼자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들 역시 시민으로서, 조직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각각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기자가 “자발적으로 불의를 옹호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돈이나 권력이 아닌,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그들을 움직인다.
‘체 게바라…’는 그 저널리스트들이 스스로 얘기하는 ‘미디어의 세계’다. 21명의 독일 저널리스트들이 함께했다. 누구는 자신의 심경과 의지를 털어놓고, 누구는 그 세계의 발자취를 되짚는다. 숨 막히게 돌아가는 취재 현장의 속도감을 전하는가 하면, 보도의 영향과 가치를 두고 고민하는 성찰과 인내의 시간도 들려 준다.
여기서 저널리스트는 흔히 생각하는 신문이나 방송 기자에 머물지 않는다. 앵커우먼과 뉴스쇼 진행자, 사진기자, 칼럼비평가는 물론 라디오 DJ, 코미디 토크쇼 진행자, 정당 대변인도 포함한다. 세계 곳곳의 정보를 안방으로 옮겨와 세상의 이미지를 심는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저널리스트다.
딱딱한 독일어투 탓일 수도 있으나 책에 실린 글은 모두 ‘기자’답다. 미사여구는 자제하고 최대한 팩트 위주로 전달한다. 주장보단 사례로써 설득력을 더한다. 각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언론인들이어서 뻔한 조언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체험이 묻어난다.
다만 한국어판 제목이 불러일으킬 오해는 짚고 가자. 책의 원제는 ‘방송을 탄 오리(Ente Auf Sendung·2003)’. 독일어 ‘오리(ente)’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라틴어와 발음이 같은 데서 따왔다. 몹시 한국적이지 않은 원제를 바꾼 건 센스. 하지만 책 전체에서 겨우 한 줄쯤 언급된 체 게바라를 제목으로 배치한 건 지나친 듯하다. “체 게바라 이미지가 확대 재생산된 과정이 미디어와 닮아서”란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역시, 편집자도 저널리스트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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