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99>不足於行者說過, 不足於信者誠言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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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어)는 흔히 시간적 공간적 위치를 표시하는 데에 사용한다. 行(행)은 행동이나 실천을 가리킨다. 不足於行者(부족어행자)는 행동이나 실천이 시원치 않은 사람이다. 說(설)은 말이나 주장을 가리키며 뒤의 言(언)과 의미가 같다. 過(과)는 經過(경과)처럼 지나가다의 뜻이다. 정도가 지나치다는 뜻도 있다. 過勞(과로)는 지나친 피로이고 過讚(과찬)은 지나친 칭찬이다. 여기서의 過(과)는 실제 이상으로 誇張(과장)됨을 가리킨다.

信(신)은 믿다 또는 믿음성의 뜻으로, 信賴(신뢰)나 信用(신용)처럼 쓰인다. 不足於信者(부족어신자)는 믿음성이 시원치 않은 사람이다. 誠(성)은 참되고 거짓이 없는 것으로서 精誠(정성)스럽고 誠實(성실)하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거짓을 숨기고 겉으로만 정성스럽고 진정인 척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실천할 의지나 능력이 부족한 이는 오히려 큰소리를 잘 친다. 뻔뻔스러움만 늘어나서 말이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믿음성이 부족한 사람은 유달리 진정인 양 정성스럽게 말을 한다. 불신에 익숙해져 남이 잘 믿지 않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 두 행태는 아주 가까운 사이여서 뻔뻔스럽게 큰소리 잘 치는 사람은 성실을 가장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큰소리일수록 실천 가능성을 잘 따져보고, 정성스러워 보이는 말일수록 믿음성을 잘 살펴야 한다. 그들은 특히 커다란 권한이나 이익이 걸렸을 때 못된 소질을 잘 발휘한다. 그래서 개인적 好惡(호오)나 일시적 이해를 떠난 객관적인 안목이 필요하고, 철저히 실제에 근거한 판단이 요구된다. 처한 현실이 험하다면 더욱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荀子(순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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