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82>志不立, 如無舵之舟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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志(지)는 뜻이다. 意志(의지)나 志向(지향)을 의미하며 뜻을 둔다는 뜻도 있다. 기록하거나 기억한다는 뜻도 있다. 立(립)은 서다 또는 세우다의 뜻이다. 뜻이 선다는 것은 목표가 정해진다는 뜻이다. 如(여)는 ∼과(와) 같다는 뜻이다. 舵(타)는 키, 즉 배나 비행기의 방향을 잡는 장치를 가리킨다. 舟(주)는 배이다. 方舟(방주)는 네모반듯한 배, 一葉片舟(일엽편주)는 잎사귀 하나와도 같은 조그마한 조각배이다.

陽明學(양명학)을 일으킨 王守仁(왕수인)은 ‘敎條示龍場諸生(교조시용장제생)’에서 다음과 같이 훈시했다. “뜻하는 바가 서지 않으면 천하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없다. 갖가지 技藝(기예)의 경우에도 의지가 기본이 아닌 것이 없다. 뜻하는 바가 서지 않으면 키가 없는 배와 같고 고삐가 없는 말과 같으니, 이리저리 떠다니고 멋대로 내달리다가 마지막에 어디에 이르겠는가?” 이루려는 목표가 없는데 무슨 일이 될 것이며 목적지가 없는데 도달할 곳을 어떻게 알겠는가.

깊은 동굴을 탐험하려면 그럴 의지가 있어야 하고 체력이 있어야 하며 또 어둠을 밝힐 등이 필요하다. 그렇듯이 의지만으로 모든 일이 가능하지는 않다. 의지를 실제로 실천할 능력이 필요하며 적지 않은 경우에는 객관적인 여건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높은 경지에 이르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의지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있으면 능력도 만들 수 있고 여건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지가 없다면 이루려는 것 자체가 없으니 무엇인들 이룰 수 있겠는가! 그래서 ‘漢書(한서)’에서는 有志者事竟成(유지자사경성)이라 했다. 뜻이 있으면 일은 끝내 이뤄진다는 말이다. 혹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후회는 없을 수 있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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