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자물쇠 채웠다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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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당한 알 권리정부는 12일 각 부처 기사송고실을 폐쇄하면서 기존 출입문 열쇠를 바꾸고 자물쇠를 추가로 설치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0층 국무총리실 기사송고실의 출입문에 설치된 자물쇠. 변영욱  기자
봉쇄당한 알 권리
정부는 12일 각 부처 기사송고실을 폐쇄하면서 기존 출입문 열쇠를 바꾸고 자물쇠를 추가로 설치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0층 국무총리실 기사송고실의 출입문에 설치된 자물쇠. 변영욱 기자
정부가 12일 각 부처 기사송고실을 폐쇄했다. 기사송고실의 인터넷과 일부 전화선을 차단한 지 하루 만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국무총리실 교육인적자원부 통일부 행정자치부 외교통상부(별관), 정부과천청사의 건설교통부, 그리고 독립 청사를 사용하는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국세청 등 10개 부처의 기사송고실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국정홍보처는 각 부처 기사송고실 출입문에 ‘기사송고실을 합동브리핑센터에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기자들의 이전을 촉구했다.

기자들은 설마했던 기사송고실 폐쇄 조치가 실제로 강행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기자들은 불편이 있더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취재통제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전을 거부하기로 해 정부와 기자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의 기존 기사송고실과 브리핑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정부중앙청사 10층 총리실 기사송고실의 경우 문을 강제로 열 것에 대비한 듯 문 아래쪽에 자물쇠가 추가로 설치돼 있었다. 기사송고실 옆 행정지원실도 모두 폐쇄됐다.

다른 부처의 기사송고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기사송고실 앞에는 기자들에게 짐을 싸라며 홍보처가 가져다 놓은 박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기사송고실에서 쫓겨난 기자들은 청사 로비와 휴게실 등에 모여 앉아 무선인터넷 등을 이용해 기사를 송고했다. 일부 기자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자 복도를 서성대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2층 기존 기사송고실 앞 로비에 전원 연결선과 스티로폼, 박스 등을 가져다 놓고 ‘임시 기사송고실’을 만들었다.

일부 출입기자들은 기사 전송을 위해 노트북을 꺼내야 한다며 아침부터 기사송고실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홍보처는 오전 11시 40분경에야 문을 열어줬다. 홍보처는 ‘개인 사물만 가지고 나오며 기사송고실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기자들에게 받고 임시 출입을 허용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이날 오전 10시경 기사송고실 폐쇄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김창호 홍보처장을 찾아갔으나 김 처장이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했다.

한 기자는 “기사 작성에 필요한 물건을 꺼내야 할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홍보처 관계자는 “기사송고실 폐쇄 계획을 미리 알렸는데 왜 빼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교육부 통일부 외교부 국세청 정통부 출입기자 대표들은 이날 오후 3시 외교부 청사 2층 로비에서 회의를 열고 “정부의 태도 변화나 기존 방침의 철회가 없다면 합동브리핑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브리핑을 거부한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한다”고 결의했다.

○…정부중앙청사 5층 기자실을 이용하는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이날 청사 1층 로비 휴게실에 모여 취재 활동을 했다.

홍보처는 11일 밤 출입문 자물쇠까지 바꿔 기사송고실 안에 취재 자료나 개인 용품을 놔둔 채 퇴근했던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새 브리핑룸에서 ‘기자 없는’ 브리핑을 실시했다. 통일부는 브리핑과 동시에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던 보도자료 e메일 서비스도 이날부터 중단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중앙청사 5층 기자실을 이용하는 행자부 출입기자들도 오전부터 ‘출근 투쟁’을 벌였다.

행자부 출입기자단은 하루 전 10여 개의 열쇠를 복사해 각자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만 밤새 홍보처 직원들이 자물쇠를 바꿔 다는 바람에 기사송고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행자부 출입기자 대표인 YTN 기자는 이날 오전 박명재 행자부 장관을 만나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편집국 종합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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