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귀여워” 핸디북 돌풍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이마트 점포에서 판매하는 ‘핸디북’. 사실 핸디북은 정체불명의 단어다. 문고판 또는 국반판(菊半版)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포켓북(pocketbook)이다. 핸디북은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한(handy)’ 이미지를 강조한 말이다. 사진 제공 신세계
이마트 점포에서 판매하는 ‘핸디북’. 사실 핸디북은 정체불명의 단어다. 문고판 또는 국반판(菊半版)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포켓북(pocketbook)이다. 핸디북은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한(handy)’ 이미지를 강조한 말이다. 사진 제공 신세계
“엄마, 여기 꼬마 책.” “어머 정말, 마트에서 문고판을 파네.”

7일 오후 서울 이마트 성수점.

마트 내 서점 한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세종서적)을 집어든 한 40대 주부. “조그맣고 싸다”며 반색했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에 가격도 5500원. 기존 책보다 3000원이나 저렴한 ‘핸디북’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문고판 핸디북이 화제다. 지난달 17일부터 판매해 1개월도 안 됐는데 전국 점포에서 하루 4000권 이상 팔린다. 1차로 20종을 선보인 이마트 측도 상당히 고무된 상태. 이달 안에 최신 소설류도 포함된 2차분을 내놓을 계획이다.

독자 호응도 좋은 편이다. 누리꾼 ‘robot74’는 블로그를 통해 “영화 한 편 볼 돈으로 양장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책을 구입했다”며 반가워했다. 이마트 서적담당 김용익 바이어는 “출퇴근 때 읽기 좋아 직장인과 젊은 여성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핸디북은 일반 책의 약 75%(117×174mm) 크기에 가격은 60% 수준(5500∼7200원). 핸디북을 공급하는 ‘임프린트코리아’의 이형석 대표는 “책을 읽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응이 뜨겁자 다른 대형마트 업체도 문고판 출시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핸디북으로 ‘경청’ ‘배려’를 출시한 위즈덤하우스의 김현종 홍보팀장은 “국내 독자들은 문고판 출시에 상당한 갈증을 느껴 왔다”며 “대형마트들의 참여로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민음사의 박상준 이사는 “문고판이 활성화되면 해외처럼 저자와 이중계약을 해야 해 제작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핸디북에 가장 속이 끓는 건 서점가. 여러 온오프라인 서점이 핸디북을 낸 출판사에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교보문고의 박영준 광화문점장은 “그간 양장본과 문고판을 이중으로 내기 힘든 출판사 사정을 고려해 문고판을 적극 고려하지 않았다”며 “상당한 비용을 들여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더니 이마트가 ‘무임승차’해 열매를 따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진택 출판팀장은 “국내 출판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로 핸디북이 시장 확장이 아닌 잠식의 역기능을 낼 수도 있다”며 “양장본과 문고판용 책을 확실히 구분해 출판하는 자정 노력을 통해 독자에게 알맞은 책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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