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살인 부른 ‘욕망의 백화점’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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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개미지옥/서유미 지음/240쪽·9000원·문학수첩

백화점은 자본주의 사회의 미니어처다. 온갖 물건들을 사고파는 행위가 이뤄지는 곳이고 그 행위가 화려하게 포장된 곳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은 백화점에 속한 여성들의 욕망과 파멸을 그린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되고 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물질에 병든 여성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집안에 생활비를 보태야 할 형편인데도 명품 가방을 카드로 사는 소영, 대학을 휴학하고 백화점 장기 아르바이트에 들어간 윤경, 백화점 옷을 입겠다고 머리가 빠지도록 다이어트를 하는 지영, 백화점 주위를 맴돌며 상품권 매매를 하는 영선….

서로를 브랜드 이름이나 코너 이름으로 부르는지라 진짜 이름도 모르는 채 같이 일하는 직원들, 세일 기간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일해도 휴대전화 번호 하나 교환하지 않는 사람들. 근사한 옷을 입어 보면서 자신도 근사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환상일 뿐이다.

이야기는 살인사건을 풀어 가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전개돼 독서의 속도감을 높인다.

세일 기간 사흘이라는 긴박한 시간을 배경으로 인기 상품 하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와 백화점에서 돈을 벌지만 번 돈의 몇 배를 백화점에서 써 대는 여성들의 비극이 묘사된다.

제5회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들은 “우리 시대의 실감나는 풍속화”(소설가 이동하), “자본주의 올가미의 예리한 포착”(평론가 정혜경)이라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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