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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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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서화 목가구 등 고미술품 120여 점이 경매에 나왔지만 낙찰률은 20%. 6월 경매 낙찰률 4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설립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D옥션의 첫 현대미술 경매 낙찰률 97%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결과다. 동예헌의 안성철 부장은 경매 내내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2006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미술경매의 최고가 신기록은 고미술이 주도했다. 박수근 유화가 4억 원 정도였던 2001년 4월,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가 7억 원에 낙찰됐다. 2004년 12월 고려 청자상감 매화 새 대나무무늬 매병이 10억9000만 원에, 2006년 2월 조선 백자철화 구름 용무늬 항아리가 16억 2000만 원에 팔리면서 최고가 신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나 2006년 하반기부터 현대미술 낙찰가가 급등하고 박수근의 작품이 잇달아 최고가 신기록을 세우면서 고미술품 거래의 급감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5월 경매에서 45억2000만 원의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특히 도자기 부문의 불황이 심각하다. 미술시장의 주 고객인 40, 50대가 도자기에 매력을 못 느끼는 데다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 가격이 오르는 현대미술로 몰리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려청자가 중국을 통해 유입되면서 희소가치가 줄어들고, 가짜까지 섞여 나오면서 컬렉터들이 구입을 꺼리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의 공창호 회장은 “특A급만 거래될 뿐인데 그런 작품이 어디 그리 흔하냐”며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동예헌의 안 부장은 “3원 3재(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의 그림 값이 천경자 그림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의 하나로 고미술계는 최근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 회장 등 고미술상 4, 5명은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대형 경매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며 김종춘 다보성고미술전시관 대표를 비롯한 고미술상들도 경매 회사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또 12∼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아트옥션쇼를 열면서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코너를 마련한다. 윤철규 대표는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의 균형이 잡혀야만 미술시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청전과 소정의 작품을 특별 전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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