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한류라고 안될 거 있나요… ‘한일 개그통신사’ 조혜련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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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조혜련(사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후지TV ‘메차메차 이케테루’, 오사카 간사이TV의 ‘오조마마피’, TBS의 ‘아이치데루’, ‘사스케’ 등 오락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얼굴을 내밀더니 지난해 7월부터 일본 TBS방송의 ‘선데이 저팬’에 고정출연 자리까지 꿰찼다.

‘선데이 저팬’은 시사 버라이어티쇼. 사우나 폭발 사고, 살인 사건 등에 대해 가벼운 토론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에 그가 패널 자격으로 입을 연다. 그것도 서툰 일본어가 아닌 유창한 일본말로 ‘개그’를 하는 것.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오락 프로그램 ‘메차메차 이케테루’에선 자신의 엉덩이를 때리며 “우∼” 하는 행동에 일본 개그맨들조차 자지러진다. 그의 일본 방송 동영상은 얼마 전 인터넷에도 오르며 화제가 됐다. 그 덕분에 ‘안티’도 눈에 띄게 줄었다.

○ 일 시사 버라이어티쇼 고정 출연…“조선통신사 된 기분”

14일 찾아간 그의 경기 고양시 일산 집 거실에서는 KBS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 녹화가 한창이었다. 감기를 앓는 그는 시종 괜찮다며 “전날도 ‘살인적인 스케줄’을 끝낸 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오전 2시 반까지 일본어 과외를 받았지만 끄떡없다”고 했다. 매주 목 금 토요일 3일을 꼬박 일본에서 보낸 지도 8개월째. 그는 자신이 꼭 ‘조선통신사’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시사 프로그램인데 ‘솰인은 나뿐 거예요’라고 ‘버벅’거릴 순 없는 거잖아요. 무조건 외우고 또 외웠죠. 그런데 내 언어가 아니니까 방송에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그럴 때 일본어로 ‘에토’나 ‘아노’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 2초가 생방송에서는 얼마나 긴 시간인데…. 정말 사자같이 덤벼든 거지.”

그가 ‘개그 한류’를 떠올리게 된 건 2년 전이었다. 신주쿠 거리를 지나는데 용사마, 지우히메 등 한국 배우들의 사진으로 도배된 거리가 몇 년 전과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생각했죠. 감히 개그로도 한류가 가능할까? 그러다 그래, 인생 뭐 있냐, 일본어? 그까이꺼 한번 해보자, 요렇게 시작했지.”

당시 그의 일본어 실력은 고등학교 때 배운 히라가나를 떠듬떠듬 읽을 줄 아는 정도. 윤손하의 도움으로 일본 거대 엔터테인먼트사인 호리프로덕션 관계자를 만났지만 언어가 안 된다며 6개월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일본어 선생과 합숙하며 하루 8시간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볐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작년 2월, 통역 없이 만난 관계자는 “그때 혜련 씨가 지금 혜련 씨가 맞느냐”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 “절대 지지 않으리, 웃으면서 이겨 낸다”

일본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어? 혜련상?”이라며 알아본다는 그는 “일본에선 확 뜨고 확 지지 않지만 한번 인식되면 오래간다”며 “나라는 존재를 알리는 데 적어도 3년은 걸린다. 한국에서 이만큼 오기까지 15년 걸렸는데 그 정도는 가줘야지”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그의 히트작인 ‘골룸’ 연기도 보여 줄 계획.

현재 그의 미니홈피 제목은 ‘절대 지지 않으리, 웃으면서 이겨 낸다’이다. 누구한테 지지 않으려는 거냐고 물었더니 단단한 근육만큼 다부진 대답이 돌아왔다.

“누가 가라고 한 적도 없는데 전 이 길을 뚫은 거고 물론 자갈도 나오고 돌도 나오겠죠. 그래도 10년은 더 해야 하지 않겠어요?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한번 지배하면 다 뒤엎고 그만두고 싶잖아요. 바로 그 ‘마음’에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 이거예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화보]개그 한류 통신사 조혜련의 데뷔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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