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웃는다’Art Bank 출범 3년…작가-임대기관 모두 만족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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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3년을 맞은 미술은행(Art Bank)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미술은행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장 미술품이 늘어나고 동시에 이들 작품을 빌려 가는 고객의 수도 늘고 있다.

미술은행은 문화관광부가 다양한 국내 미술품을 구입해 공공기관에 빌려 주거나 전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국민의 미술 감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5년 2월 설립돼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고 있다.

미술은행은 매년 예닐곱 차례에 걸쳐 400점 안팎, 약 23억 원어치의 작품을 구입한다. 구입 대상은 한국화, 서예, 서양화, 판화, 조각, 뉴미디어 및 설치, 공예, 사진 등 모든 장르이며 주로 30,40대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인다. 이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2005년 473점, 2006년 385점을 구입했고 올해는 최근 공모를 통해 124점(구입액 6억9900만 원)을 구입한 것을 포함해 모두 234점을 확보했다. 이로써 미술은행이 소장한 작품은 2007년 7월 현재 모두 1092점에 이른다. 하반기에도 두세 차례 더 작품을 구입할 계획이다.

구입 가격은 미술품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대상 작가 작품의 최근 3년간 평균 판매가 등을 참고해 정하되 거품은 배제한다. 미술은행의 올해 작품 구입 예산은 23억 원. 이 돈으로 400여 점을 구입하면 한 점의 평균가격은 약 600만 원. 올해 구입한 작품 가운데 최고가는 오원배 씨의 서양화 ‘무제Ⅰ’로 1500만 원이다.

2006년 가격심의위원을 맡았던 김순응 K옥션 대표는 “어느 정도 명성을 확보한 작가들의 작품과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장래성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구입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구입한 작품은 정부의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 미술관, 해외 소재 한국문화원, 공항 청사, 지역문화예술회관 등에 유료로 대여한다. 대여료는 7개월 이상의 장기 대여일 경우엔 매월 작품가의 2∼3%, 6개월 이내 단기 대여일 경우엔 매월 작품가의 1%. 1000만 원짜리 작품을 빌릴 경우, 대여료는 매월 10만∼30만 원인 셈이다.

지금까지 대여율은 200%. 모든 작품이 평균 두 차례씩 대여 또는 전시된 셈이다. 이처럼 미술은행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대여작 중 인기 작가와 작품도 생겨나고 있다.

미술은행의 고승혜 씨는 “정일 씨의 서양화 ‘이야기 정원’은 외교통상부에 대여 중인데 이 작품을 빌리거나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남철 씨의 서양화 ‘무천7’과 강승애 씨의 서양화 ‘블레싱(blessing)’도 서로 빌려 가려고 여러 기관이 줄다리기를 할 정도다.

현재 공공기관에만 대여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사 행사나 음악회 등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기업과 개인도 늘고 있다. 이는 미술은행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로 인해 일반인의 미술 향유 기회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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