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36>不塞不流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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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어려운 지경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사람들은 실망하거나 스스로의 삶에 불만을 느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에 돌아보면 그 시절의 어려움이 오히려 삶의 촉진제가 되고 자아를 발전시킨 계기가 됐다고 생각되는 일이 적지 않다. ‘젊어 고생 사서 한다’는 말은 아마도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곤경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통해 배울 점을 모두 배운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생애에는 곤경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곤경이 찾아옴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곤경이 찾아오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不塞不流(불색불류)라는 말이 있다. 塞이 변방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면 새로 읽히며, 막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면 색으로 읽힌다. 要塞(요새)는 중요한 변방, 변방의 요충지라는 말이다. 살림이 옹색하다고 말하는 경우의 壅塞(옹색)은 막히고 막히다라는 뜻이다. 壅은 막다, 막히다라는 뜻이다. 流는 원래 흐르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넘쳐흐르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막히지 않으면 넘쳐흐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물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물을 막아 놓으면 물은 막힌 곳을 넘어서 흐른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막힌 곳을 만나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막힌 곳, 즉 고난이야말로 넘어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고난이 없는 삶은 고요한 삶이다. 고요한 삶은 우리에게 안정을 준다. 그러나 무한한 안정은 곧 지루함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한한 안정을 싫어한다. 때로는 그것을 추구하지만 대부분은 변화를 찾게 돼 있다. 변화 가운데에는 필연적으로 고난과 역경이 숨어 있다. 고난과 역경은 그래서 삶의 역동성을 갖게 한다. 不塞不流-막혀야만 넘쳐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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