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결말 공개하다니…” 소설도 ‘스포일러’대상 될까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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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의 결말을 굳이 알려야 했나?” 해리 포터 시리즈 최종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의 출간(21일)을 즈음해 결말이 여러 경로를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지면서 스포일러(spoiler)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설을 둘러싸고 스포일러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작가 조앤 롤링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주요 등장인물 2명이 죽고 마지막 장의 단어는 ‘상처(scar)’”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리, 론, 헤르미온느를 비롯한 주인공 중 누군가가 죽는 게 아니냐며 결말에 독자들의 관심이 모아졌고 일부 독자와 언론이 결말을 미리 소개하면서 누리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누가 죽었나?”

작가의 ‘예고’가 나오자 책이 발간되기 전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책 사진이 17일 인터넷에 뜨면서 내용이 알려졌고, 출간 전날인 19일 뉴욕타임스는 인터넷판에 “최소한 6명은 죽을 것”이라는 정보가 담긴 서평을 실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독자는 책을 받자마자 속독을 마치고 “줄거리가 일주일 전 외국 웹사이트에 뜬 것과 같지만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하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의 생사’를 두고 21일 출간 뒤 본보 등 언론사와 일부 독자가 인터넷을 통해 결말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읽는 재미를 빼앗은 스포일러”라며 독자들이 항의했다. 한 독자는 작가 조앤 롤링의 에이전트에게 ‘한국에서 스포일러로 독자들이 피해를 봤는데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논쟁도 마케팅 전략”

11월 한글판을 내는 문학수첩의 김종철 대표는 “이번 논란은 작가가 주요 인물의 죽음을 암시하면서 촉발된 것이며 모두가 결말에 대해 궁금해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출판사에는 스포일러에 대해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조앤 롤링의 에이전트는 독자의 항의 e메일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갖고 독자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책이 출간된 이후의 상황이고 책을 소개하다 보니 결말을 쓸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민음사 장은수 대표는 “원칙적으로 소설에 스포일러는 존재하지 않지만, 독자가 봤을 때는 스포일러일 수 있다”며 “추리소설에서 범인이 누군지 알면 얼마나 김빠지겠는가, 그 연장선에서 봤을 때 독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이번 논란은 출판사 측의 마케팅 전략일 수 있다”며 “해리 포터는 이미 문화 현상이 됐고 온갖 이야기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해리 포터의 마지막 권은 23일까지 교보문고에서는 1만200부, 인터넷서점 yes24에서는 1만2000부가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어떤가?

‘스포일러’ 논쟁이 빈번한 영상문화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종영된 SBS드라마 ‘쩐의 전쟁’ ‘내 남자의 여자’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금나라가 죽는다’ ‘준표, 화영, 지수가 각자 헤어져 살게 된다’는 내용이 방영 전 공개됐다. 제작 여건상 대본과 현장 공개가 용이하기 때문에 마무리도 쉽게 노출된다는 것. TV 드라마는 스포일러에 대해선 둔감한 편이고 마지막 내용을 슬쩍 흘리는 것이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이지만, 김수현 임성한 씨 등 방송작가들은 결말 공개를 극비에 부치기도 한다.

영화계는 ‘디 아더스’ ‘식스 센스’ ‘쏘우’ 등 반전이 중요한 심리 스릴러 영화의 경우 스포일러에 대해 매우 민감한 편. 이런 영화에서는 기자 시사회 때 내용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침묵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

올댓시네마 양은진 실장은 “최근 짐 캐리 주연의 ‘넘버23’은 스포일러 문제가 관객 동원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짐 캐리가 범인이다? 아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워 한쪽으로만 흐를 수 있는 것을 방지하는 마케팅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스포일러(spoiler):

‘망쳐버리는 사람’이라는 뜻. 영화나 TV 드라마의 줄거리나 주요 장면을 알려줘서 보는 재미를 떨어뜨리는 사람이나 행위를 가리킨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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