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절대왕정의 강력한 통치자였던 ‘대공 페르디난트 2세’(야코프 자이제네거 작)의 초상은 사람 키보다 더 큰 그림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손에는 검을 든 채 권위를 뽐내고 있는 그는 ‘왕권신수설’을 내세운 절대군주다. 반면 18세기 오스트리아 계몽군주였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안톤 폰 마론 작)의 초상은 화려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저 수수한 검은색 옷을 입고 집무실 탁자에 앉아 있는 ‘일하는 군주’의 모습이다. 그 배경엔 ‘평화의 여신’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합리적인 정치로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군주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교과서에 박제된 역사를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접할 수 있다.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은 서양 역사의 격변기였던 16∼18세기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티치아노 등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거장들의 작품 64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여름방학을 맞아 덕수궁 미술관은 청소년 관객들을 위해 ‘미술작품과 떠나는 교과서 여행’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미술관 측은 전시작품 중 △30년전쟁 △의상과 장신구 △신교와 구교의 대립 △절대 왕정과 계몽 군주 등 10개의 테마로 그림을 분류하고, 초중고교 교과서와 연계해 ‘유럽의 문화와 역사’를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다.
1648년 다비드 테니에르가 그린 ‘농부의 결혼식’과 ‘마을의 습격’을 보자. 두 작품은 유럽 최대 규모의 종교개혁 전쟁이었던 30년전쟁(1618∼1648)이 종결되던 해에 같이 그려졌다. 당시 독일에서는 인구의 3분의 1이 감소했고, 급료를 받지 못한 용병들이 무기를 가지고 시골마을을 약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때다. 화가가 그린 두 그림은 전쟁과 평화가 미치는 일상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명작이다.
‘의상과 장신구’ 테마에 포함된 니클라스 라이저의 ‘마리 드 부르고뉴’, 한스 폰 아헨의 ‘황제 루돌프 2세’를 통해선 동화책에 ‘공주 모자’로 자주 나오는 ‘에냉’, 화려한 주름 칼라 ‘러프’ 등 16∼17세기 유행했던 귀족들의 패션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 ‘바로크 미술’ ‘원근법’ 등 유럽 미술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테마도 흥미를 끈다.
6월 28일 개막한 이 전시회는 관람객의 발길이 폭발적으로 이어지면서 이번 주 초 관객 5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월요일 휴관). 초등학생 7000원, 청소년 9000원, 어른 1만2000원. 02-2020-0600
테마별 작품과 감상 포인트 | |||
테마 | 작품 | 감상 포인트 | 연계 교과과정 |
의상과 장신구 | ‘마리 드 부르고뉴’ ‘황제 루돌프 2세’ | 유럽 장신구의 특징과 아름다움,우리 전통 장신구와의 차이 | 초등 3학년 미술 |
별자리를 찾아서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디아나의 목욕’ |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별자리 이야기 | 초등 4학년 과학 |
원근법-그림 속의 공간 |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는 궁전건축화’‘안트베르펜에 있는 예수회성당의 내부전경’ | 원근법과 공간 표현의 관계 | 중 1학년 미술 |
예수의 생애 | ‘동방박사의 경배’ ‘그리스도의 매장’ | 예수의 탄생과 죽음의 의미 | 중 2학년 도덕 |
30년전쟁 | ‘농부의 결혼식’ ‘마을의 습격’ | 30년전쟁의 역사적 의미와 전쟁이일상생활에 미친 영향 | 중 세계사 |
배우자의 선택과 결혼 | ‘마리 드 부르고뉴’ ‘막시밀리안 1세’ | 유럽의 결혼 풍습과 결혼의 진정한 의미 | 고 기술 가정 |
데카메론 | ‘시몬과 에피게니아’ | 데카메론의 내용과 특징,르네상스 인문주의 특징 | 고 세계사 |
신교와 구교의 대립 | ‘의심하는 도마’‘악마를 심연으로 떨어뜨리는 대천사장 미카엘’ | 종교 개혁과 종교 전쟁 등유럽 근대기 종교 갈등과 의미 | 고 세계사 |
절대왕정과 계몽군주 | ‘대공 페르디난트 2세’‘평화의 입상 앞에 있는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 절대주의 시대의 정치사상,절대군주와 계몽군주의 차이점 | 고 세계사 |
바로크 미술 | ‘시몬과 에피게니아’‘책을 읽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 | 바로크 미술의 특징,루벤스와 렘브란트 그림의 특징과 차이 | 고 세계사 |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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